현재 남한처럼 개량주의 정당, 노조 관료의 배신이 판을 칠수록, 즉 우익 기회주의가 득세할수록 그에 대한 맹목적 반발로서 좌익 기회주의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우익 기회주의와 좌익 기회주의는 상호작용하면서 노동자운동을 정체와 퇴보의 늪으로 이끌어갈 확률이 크다. 이런 문제는 노동운동의 역사상 수없이 나타났다. 따라서 개량주의 정당 및 노조 관료에 맞선 투쟁만이 아니라 초좌익 기회주의, 모험주의에 맞선 투쟁 또한 노동자운동을 올곧게 밀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 점에서 레닌의 [좌익소아병]은 좌익 기회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여전히 적극적으로 의지해야 할 위대한 무기이다.

이 책은 반동적인 노조 안에서일지라도 끈질기게 대중을 장악하기 위해 투쟁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노조 관료의 밀실협상, 비리, 협잡, 배신에 신물이 난 일부 현장활동가들은 반동적이고 어용화된 노조 안에서는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소수 뜻 맞는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특별한 현장조직의 활동에만 온힘을 쏟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노동자대중을 노조 관료들의 영향력 아래에 계속 방치해버릴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소수 전투적 현장활동가들을 더욱 더 노동자대중들로부터 고립시킬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위험한 태도를 비판하면서 현장활동가들이 어떻게 반동적 노조 안에서일지라도 노동자대중과 유기적으로 관계맺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가를 아주 잘 밝혀주고 있다.

이 책에는 “혁명가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노동자대중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혁명운동에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활동가들은 대중의 정서를 관념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정확히 읽어내어 대중의 의식을 한 단계 더 높게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책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원칙을 마구잡이로 훼손하지는 않은 채 유연한 전술도 구사하고, 불가피한 타협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러시아, 독일, 영국 등 세계 노동운동의 중요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서 좌익 기회주의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활동가들이 노동자대중과 결합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정치활동의 방법을 풍부하게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에 활동가라면 반드시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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