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가 분량이 부족해 할 말을 못한다는건 좀 비약인 것 같은데요?
그가 적은 분량에 대략적인 논리전개만 담아내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공병호씨는 익히 알려진 시장주의자입니다. 구체적인 자료와 논증을 거쳐 충분한 분량을 써냈어도 중심 줄기에는 변함이 없었을겁니다.
그가 동전의 한면만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비판의 근거로는 충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시장주의 자체가 생산, 내지 공급이라는 경제의 단면만을 중시하는 논리이니까요. 그는 그 나름대로 자신의 시장주의 원칙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어쩌다 '시장주의' 라는 단어가 이 모양이 되었는지.)
그에 대한 적절한 비판은 두가지 정도일 것 같습니다. 그의 처방 자체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내다보는 것이 하나요, 사회적 빈곤에 대한 그의 몰상식한 태도와 발언이 둘입니다.
후자야 세심한 배려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만, 전자의 경우는 좀 힘들겠죠? 물론, 후자는 전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공병호경제연구소에서도 『달러의 위기 세계경제의 몰락』를 추천하고 있더군요. 물론, 연구소에서는 '환율하락이 수출중심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력' 을 강조하고 싶었겠지만, 후반부에는 거의 20년 가까이 세계경제를 움직여온 통화주의에 관한 논평도 있습니다.
던컨은, '생산과 소비'의 두 축을 '음주와 해독'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소비에 비해 공급이 과잉한 경제상황을, '몸이 해독하지 못할 정도로 음주를 한 숙취'에 비유하고 있어요.
공병호씨의 처방대로라면, 우리는 숙취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날 아침 해장술을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해장술 좋다고 할 수도 있고 나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단, 알콜중독의 지름길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