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한국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 공병호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들른 적이 있는데, 이분 굉장하더라구요.

집필한 책도 어마어마할 뿐더러, 기업 대학 할 것 없이 강연도 엄청나게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목록을 훑어보니 경제의 이해나 기업경영에 대한 도움글을 많이 쓰시던데, 『10년 후 한국』이 나온지 얼마 되지않아 『성찰』이라는 에세이를 또 발간했다니 집필력이 꽤 왕성하신가봐요.

구설수에 오른 공병호 소장의『10년 후 한국』을 대충 뒤적이고 몇자 적어봅니다.

# 주객전도

공소장께서 후반부에 직접 말씀하시길, 평소와 다르게 다소 비관적인 내용의 글을 썼다고 하시더군요.
실제 그렇습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비관적 요소를 꼬집고, 이 요소들이 향후 10년간 지속된다면 한국사회가 낮은생산성-높은실업률 이라는 암담한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가 주를 이루고 있죠.

공소장님의 시종일관 걱정하시는 내용이 무엇인고 하니, 경제가 어렵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틈타 분배니 평등이니를 외치는 자들이 판을 친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경향이 향후 10년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하시네요.

바로 이런,
진보세력의 성장이나 한국사회의 좌선회에 대한 두려움.
『10년 후 한국』의 하나를 이루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어째 한발 앞서 나가시는 듯 합니다.
진보세력의 성장이니 좌선회니 보다는, 다수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더 고민되어야 할텐데요.

# 조삼모사

시험성적이 안좋았던 아이에게,
" 공부 좀 열심히 해라. 넌 그러다가 인생 망친다. " 라고 거듭 윽박지르는 부모님이 있다고 치죠.

아이에겐 두가지 선택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롭게 자극받아 오늘도 학교로, 야간 자율학습으로,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코피 쏟으며 열심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적당히 엄마 눈치보며 읽고싶던 책도 읽고, 친구들과 밴드활동도 하는겁니다.

시간이 흘러,
짜자잔-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한 아이가 행복해졌을까요?

답을 내리셨나요?
전 어느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비관적인 얘길 하자면,
고등학교 때 불행해지고 나중에 대학졸업장으로 좀 덜 불행해지느냐,
고등학교 때 좀 덜 불행해지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불행해지느냐의 차이입니다.

조삼모사.
공소장님의 해법이란게 그렇습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하지 않으면 왜 불행해지느냐에 대해서 아주 친절히, 다방면으로 설명해주고 계신데요,

10년 후에 낮은생산성-높은실업률 사회로 이르는 것과,
오늘 당장 그의 해법대로 치열한경쟁-저임금 사회로 이르는 것과 그다지 큰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10년 후 한국』을 팔아준 어깨 축쳐진 30-40대분들이,
도토리 4개에 기뻐하기 전에, 도토리가 총 몇개인지 세어보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책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라네요.)

# 다소불쾌

제게 그리 유쾌한 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큰 단락의 제목에서 말씀드린, 주객전도 더하기 조삼모사는 둘째 치고라도,
표현 자체도 굉장히 거칠어서 다소 불쾌했습니다.

빈곤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나,
사회적 부가 창조적 소수의 전유물인양 얘기하는 것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태도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이 부유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테스트로 제시한다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성공하는 국가들의 9가지 습관들' 의 일곱번째 항목이라는게,
" 당신의 나라는 부상자를 쏘아 죽일 용의가 있는가? " 라니,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시장주의자-자유주의자' 라는 자칭을, '시장만능주의자' 라는 타칭으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지.

# 통화주의

매듭은 짓고,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공병호 소장님의 책을 보면,
오늘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적으로는 통화주의를 표방하는 분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많이 인용되어 있죠.
제가 아는 분 중에 빠진 분이 있다면, 서울대 경제학과의 송병락 교수님 정도?

특히 자주 인용되는 『자본주의와 자유』, 『노예의 길』(본문에는 『예종의 길』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는 각각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폰 하이예크의 저작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저자 송병락 교수, 『현실과 지향』의 복거일씨가 그렇습니다.

( 앞의 두 저작은 품절되어 구할 수가 없었고,
뒤의 몇가지 저작은 처음 '경제학이 뭐야?' 하면서 뒤적일 때 접했던 책들입니다. )

『10년 후 한국』도 많이 팔렸다고 합니다만, 『자본주의와 자유』이 책 정말 엄청났었죠. 이 책이 나온게 1960년대인데, 그 한해에 50만부 이상이 판매되고, 그 인기가 1970년대까지 이어져 그의 이론을 주제로 한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급기야 그는 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구요.

그 다음은? 정책에의 반영이죠.
미국의 닉슨-레이건, 영국의 대처, 이스라엘의 베긴,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까지 광범위한 정책적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 레이건과 대처의 경우 책에도 인용되죠. 다 나온다니까요. ^^; )

# 다음에는

다음엔, 위 경제정책의 결과가 어떠했느냐에 대해서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사실, 공병호 소장이 제시하는 정책의 결과를,
밀턴 프리드먼이 정책적인 영향력을 과시했던 미국, 영국, 이스라엘, 칠레 정부의 과거와 부등호로 연관시키는 데에는,
제 깜냥으로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일정 이상의 시사성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공병호 소장 역시도 책 후반부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경제정책 아홉가지와과 도덕률 여덟가지를 제시하는데,

작은정부, 민영화, 탈규제, 금융자유화, 정도는,
위 경제학자 및 논자들의 공통적인 지향점이 되기 때문이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kks2108 2005-01-3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이책을 읽고 짜증과 불쾌감을 떨칠수가 없었습니다.
엄청난 저서를 내고 강의도 많은 사람의 생각이 너무나 편협되고, 정말...답답합니다. 이 책 사신분들 삼가 위로의 말씀 올립니다.
각종 자료 짜집기해서 책내는거 이런거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