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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 High Class Book 42 ㅣ 세상을 움직이는 책 34
토머스 모어 지음, 박병진 옮김 / 육문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토피아.
우리는 흔히 `이상향`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원뜻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상향`에는 분명 현실과의 괴리가 있기 때문에,
`이상향`이든 `존재하지 않는 곳`이든 얼추 비슷하긴 합니다만,
또 한편으로, `이상향`에는 현실을 딛고 나아가려는 적극적인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습니다.
500년 전 사람인 토마스 모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사회는 어떠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책을 들었습니다만,
한편의 저작을 둘러싼 배경은 더욱 흥미진진하더라구요.
<유토피아>라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고전은,
플라톤이 살았던 까마득한 옛날 이후에 다시금 유토피아 문학의 시작점이 되었던 저작입니다.
새로운 시작 이전에는 중세시대가 있었죠.
대충 감이 오시겠지만,
중세는 신에게 인간이 꽉 잡혀있던 시대였습니다.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했죠.
신의 말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삶과 삶 이후까지 신에게 믿고 의지하던 때였으므로,
현실의 고통은 합리화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현실의 고통이나 불만, 갈등 따위가 늘 해결되었으므로 이상향을 꿈꿀 필요가 없었죠.
이상향이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중세가 막을 내리고,
현실의 고통과 불만, 갈등을 한번에 해결해주던 신의 말씀 또한 인간의 이성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됩니다.
갈등은 표면화되죠.
유토피아 문학은, 이런 현실의 갈등으로부터 다시 나오게됩니다.
실제, <유토피아>의 토마스 모어는,
1500년대 즈음 남미 본토를 발견한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기행문 <신세계> 에서 그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데, 사실 남미 본토야 오래 전부터 있어왔으니 `새로운 대륙`이란 외지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겠죠.
여튼, 아메리고 베스푸치가 발견한 신대륙, 그리고 거기에서 평화롭게 살고있던 원주민의 생활상은,
르네상스 시절 영국사회의 갈등을 발판 삼아 <유토피아>라는 문학으로 거듭나게 되는겁니다.
일종의 풍자문학이 되는 셈이죠.
1부는 라파엘, 모어, 피터 세 사람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화의 주제는 당시 영국사회에 만연했던 도둑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형제도에 대한 각자의 해결책이고,
2부는 얘기를 좀 더 나누기로 한 세 사람이 따로이 자리를 잡고, 라파엘의 유토피아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토피아>의 주된 내용이야, 당연히 라파엘(라파엘은 극중 신대륙을 보고 온 여행자로 설정되어있음)이 신대륙에서 보고 온 사회의 모습이겠죠.
생산수단 공유제와 하루 6시간의 노동과 충분한 여가시간, 민주적인 선거제도와 도덕적인 국민들, 신앙의 자유와 공동 집회를 비롯한 사회 곳곳의 모습은 당시 영국사회를 교묘하게 비꼬면서 이상향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현실논리와의 싸워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공상입니다.
꿈을 꿀 수는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기엔 무모하기 때문에 맥이 빠지는 것이 공상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상은 소중합니다.
공상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 할 때 나오고, 보다 나은 미래를 꿈꿀 때 나오기 때문입니다.
공상은 멋들어진 결과는 아닐지라도,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