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어느 지회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에 가서 ‘인문학은 사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지속하는 것이며 그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인문정신은 적어도 ‘그래도 현실이..’ 따위 말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말을 할 바엔 적어도 당장 책읽기를 중단하라’ 따위 이야기를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교사가 “10년 전 학교에서 강연을 들었다. 그때 질문을 하고 B급좌파를 선물 받았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본 듯한 얼굴이라 어디에서였냐고 불었더니 고대였단다. 10년 전 고대라.. 질문의 요지는 이랬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길을 가고 있다. 그땐 좀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늘 보니 그때보다 오히려 더 편안해 보인다. 비결이 뭔가.’ 동료 교사들이 자글자글 웃고 나 역시 웃으며 대답했다. ‘편하게 사니까 편해 보이는 거겠죠. 나는 옳은 삶을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편한 삶을 선택하고 있어요. 물론 불편한 점도 있긴 하죠. 하지만 자기존중을 유지할 수 있고, 내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수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 하지 않고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 만나지 않고 사니 마음 편하고. 삶에서 그런 걸 포기할 만큼 가치 있는 게 따로 있는지 난 모르겠어요.’ (출처: 규항넷/ 김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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