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사랑이라는 것은 알 수 없는 끌림의 느낌이고, 빠져듦의 경험이며, 그래서 항상 어떤 이유들보다 앞서 찾아온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사랑의 이유들을 소급해서 불러들이는 것일까? 이유를 듣고 말하려는 몸짓은 느낌을 느낌 자체로 경험하지 못하는 무력함, 그리고 오로지 원인과 결과라는 틀 안에서만 편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건조함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한겨레,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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