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몸과 생각 평소에 존중 습관을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다.
아동 성폭력의 뿌리는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에 닿아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이 남존여비의 오랜 인습에서 기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예방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예방의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의 몸은 ‘전부’ 소중하다

흔히 예방 교육에서는 내 몸은 소중하기 때문에 남이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김영애 여성민우회 전문강사는 “어른들이 아이들 머리를 툭툭 치고 뺨이나 엉덩이를 손으로 때리는 것이 허용되는 문화에서 아이들한테 몸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일은 무의미하다”며 “아이들은 결국 성기만 소중하다고 배우는데 엉덩이를 만지거나 팔을 쓰다듬는 등의 성추행은 인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의 머리, 얼굴, 팔, 다리, 성기 모두가 소중하다는 인식을 부모나 교사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몸뿐만 아니라 생각도 존중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기본이지만 아동 성폭력 예방에 특히 기여할 수 있다. 김 강사는 “아이들은 부모한테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뻔했던 상황을 얘기하지만 부모들은 괜한 소리라며 일축하는 일이 많다”며 “어떤 아저씨가 예쁘대, 옆집 오빠는 이상해 등의 말에서 위기를 포착하려면 평소에 자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의 거부 의사를 존중하라

“싫어요, 안 돼요”라는 저항은 아동 성폭력 예방의 기초다. 그러나 평소에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의 거부 의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성폭력 상황에서만 저항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김 강사는 “아빠가 술 먹고 들어와서 자는 아이를 깨워 얼굴을 비비는 것도 아이가 싫다고 하면 그만둬야 한다”며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진짜 위험에서 아이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전문강사는 “아빠의 친구한테 뽀뽀하기 싫어하는 아이한테 ‘뭐 그렇게 비싸게 굴어’ 하는 부모들이 있다”며 “좋은 느낌, 싫은 느낌을 구분하는 교육을 아무리 해도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싫은 느낌을 강요하게 되면 아이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78%가 아는 사람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강요는 더욱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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