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데스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
“고상한 신사숙녀도 동물의 속성을 버리기는 힘들다”

인류역사상 ‘인간의 조상은 원숭이’라는 구절만큼 심각한 오해와 비난과 질시를 받았던 말도 없을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직후 등장했던 이 말은 동물원 우리에 갇힌 침팬지와 고릴라가 바로 만물의 영장이자 과학과 문화의 수호자인 현대인의 조상이라고 지칭함으로 해서 진화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확산시키는 데 더할 수 없는 무기가 되었다.

물론 이 말은 틀렸다.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인간은 원숭이로부터 탄생하지 않았다. 다만 진화의 역사에서 원숭이와 인류는 같은 조상에서 유래하였을 뿐이다. 그러면 여러분은 영장류(靈長類)와 유인원(類人猿)의 차이를 아는가? 또 역사 시간이나 생물학 시간에 배운 원인(猿人)과 현대인의 차이는?

네 발 짐승을 일컫는 포유류 중에서 영장류는 고양이나 코끼리, 물개, 곰 등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되는, 모든 원숭이류를 한데 묶어서 지칭하는 용어다. 여기에는 긴꼬리원숭이라든지 안경원숭이처럼 겨우 원숭이의 모양을 갖추기는 했지만 우리에게 별로 친숙하지 않은 동물도 모두 포함된다. 영장류 중에서 유독 인간과 많이 닮은 원숭이 무리가 있는데 바로 꼬리 없는 원숭이인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등 유인원이다. 유인원이란 말은 ‘인간을 닮은 원숭이’라는 의미다.

수백만 년 전의 먼 옛날, 영장류의 한 무리에서 유인원 무리가 새로 생겨났다. 그리고 그런 유인원 중에서 일부가 인간의 조상이 되었는데 이처럼 인류가 갈라져 나온 이후에도 고대의 유인원은 계속 진화를 거듭해서 현대의 유인원이 되었다. 또 인류의 조상도 진화를 거듭해서 마침내 현대인인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조상이 태어났다가 사라졌다.

원인은 바로 그런 인류의 먼 조상들을 지칭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만 년 전에 현생인류인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등이 탄생했는데 이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약 10만 년 전에 호모사피엔스가 태어났다.

따라서 침팬지나 고릴라와 같은 현대의 유인원과 인간은 다만 조상을 같이할 뿐이다. 분류학상으로는 가까운 형제라고나 할까? 하지만 유인원이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은 절대로 아닌 것이다.

과학에서 동물학이라고 하면 사람을 제외한 다른 동물을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인간에 대한 연구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의 영역이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물학자의 관심거리는 되지 못했다.(의학과 같은 실용과학은 물론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것은 실용적 목적 수행을 위해서이지 과학적 호기심 충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런 관행에서 탈피하여 마치 개나 고양이를 관찰하듯 또는 침팬지나 고릴라를 연구하듯 사람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영국의 저명한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였다. 그가 1967년에 발간한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는 인간을 원숭이의 반열에 올려놓고 그것을 관찰한 흥미진진한 연구보고서다.

Ape는 유인원을 의미한다. 따라서 ‘털 없는 원숭이’는 엄밀하게 말해서 ‘털 없는 유인원’을 지칭하고 모리스의 연구대상은 곧 인류의 가까운 형제동물인 침팬지나 고릴라에 빗댄 인간을 뜻한다. 이제 인간을 동물원 우리에 가두고 모리스의 관점에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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