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케인스의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근거를 마련

“이자(利子)가 뭔지 아니?”
“만약 제가 아버지에게 반 페니(half penny)를 빌려드리고, 아버지가 그것을 오랫동안 가지고 계시면 아버지는 저에게 반 페니와 또 하나의 반 페니를 돌려주셔야 해요.”
경제학자인 젊은 아버지와 네 살짜리 아들의 대화였다. 이 아들이 약 40년 뒤인 1936년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책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이하 일반이론)’을 쓰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닐 듯싶다. 게다가 제목에도 이자라는 말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년)가 쓴 일반이론은 이름만 일반이론이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별한 이론이었다. 책이 발간된 1930년대는 그때까지 현실경제를 잘 설명해 오던 정통파라고 할 수 있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크게 흔들리고 있던 시절이었다. 고전학파 경제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와 ‘보이지 않는 손’ ‘세이의 법칙(Say’s law)’으로는 전 세계적인 대공황과 그에 따른 장기대량 실업사태를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國富論)’으로 대표되는 고전학파 경제학은 개인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야말로 사회적 부(富)를 창출하는 근원이고, 그 같은 사적(私的) 이익 추구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공정하면서도 효율적인 부의 배분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또 세이의 법칙에 따르면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므로 과잉생산 또는 과잉공급이라는 단어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시장은 완전히 자유롭게 내버려두면 저절로 최고, 최선의 상태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대공황 이전까지는 고전학파의 주장에 큰 무리가 가는 경제적 상황이 거의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공황과 그에 따른 실업은 고전학파의 존립 자체를 위협했다. 보이지 않는 손(=시장)에 자유롭게 맡겨 놓았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황(=대공황)과 실업이라는 과잉생산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장기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황은 생산해 놓은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고 남아도는 것이고, 실업은 노동을 공급하고자 하는 사람이 원하는 직장(수요)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세이의 법칙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일반이론의 시작은 “왜 대량으로 실업이 발생할까?”일 것이다. 이에 대한 케인스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기업이 일하기를 원하는 노동자를 충분히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왜 기업은 고용을 않거나 심지어 줄이기까지 하는 것인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인데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은 이렇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것인가? 이에 대한 케인스의 대답도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소비와 투자 같은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면 무조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개인(소비)이나 기업(투자)의 수요 정도에 따라 기업이 생산을 늘리거나 줄인다는 것이다. 케인스는 이 같은 수요를 ‘유효수요(effective demand)라고 불렀다. 뒤집어 보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던 시대’에서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최성환 대한생명 경제연구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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