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주술과 과학은 대립하지 않고 병행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프랑스의 인류학자 루시앙 레비 브륄(1857~1939)은 1910년에 출간한 저서 ‘미개인의 사고’에서 “미개인과 근대인의 정신세계와 심적 상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미개인은 ‘논리 이전(pre-logic)’의 사고방식과 느낌을 지닌 사람이다. 미개인은 집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개별적인 심상들을 객관적·논리적으로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으며 논리 이전의 신비적인 관계를 통해 생각한다. 레비 브륄에 따른다면 미개와 문명은 질적으로 다르며 단절되어 있다.

그러나 역시 프랑스의 인류학자인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1908~)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태어난 레비 스트로스는 1927~1932년 파리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공부한 뒤 중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일하다가 1935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사회학 교수로 초빙되었다.

그는 브라질에서 원주민과 접촉하며 그들의 풍속, 언어, 관념, 가족제도 등을 폭넓게 조사·연구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한 뒤 1950~1974년 파리대학 민족학 연구소장을 지냈고 1959년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가 되었다. 또한 프랑스 학술계 최고의 명예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기도 하다.

레비 스트로스는 원시 부족민과 접촉하면서, 비록 나무뿌리나 거미 또는 유충을 잡아먹기도 하고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는 부족이라 할지라도 오히려 현대의 서양인보다 훨씬 더 합리적으로 만족스럽게 부족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걸 알게 됐다.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문명인의 사고와 미개인의 사고는 사물을 분류하는 방식과 관심의 주된 영역이 다를 뿐,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요컨대 미개인과 문명인의 사고방식은 세계를 이해하는 두 가지의 다른 방식 혹은 태도일 뿐이다.

레비 브륄이 말한 ‘미개인의 사고’가 논리 이전의 사고라면, 레비 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La Pensee sauvage·1962)’는 이른바 미개인의 사고가 근대인 혹은 문명인 못지 않게 질서와 체계에 민감한 나름의 논리적·과학적 사고방식임을 주장한다. 근대인은 과학을 통해 자연현상의 원인을 찾는다. 그리고 원인과 결과 사이의 관계에서 과학적 법칙을 찾는다. 때문에 근대인의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원인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인과론적(因果論的) 결정론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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