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미디어를 감각기능의 확장으로 봐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의복은 피부의 연장이며, 바퀴는 발의 연장이고, 책은 눈의 연장이며, 전기는 중추신경의 연장이다. 매체는 환경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지각작용에 독특한 비율을 가져온다. 이런 비율이 변화되면 사람도 변화한다.” - 본문 중에서

1964년 출간된 ‘미디어의 이해: 인간의 확장(Understading Media: The Extensions of Man)’의 저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1911~1980)은 캐나다 출신으로 영문학자로 출발했지만 매체학으로 방향을 틀면서 1960년대 중반에 북미세계의 가장 중요한 예언자가 되었다. 21세기 벽두가 시작된 지금도 그의 통찰력은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어서 매체 평론가 디자드(W. Dizard)는 “맥루한은 멀티미디어(복합매체)를 실현시킨 원동력인 기술, 경제, 그리고 정치력의 융합에 의한 정보 및 지식혁명의 시대를 30년이나 앞서 예견함으로써 오히려 인정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며, 작가 울프(T. Wolf)는 “맥루한의 주장이 옳다면 맥루한은 뉴턴, 다윈, 프로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프 이래 가장 중요한 사상가이다”라고까지 평한다.

그의 매체론은 “매체는 메시지다(medium is message)”로서 요약된다. 지금까지 매체가 전달하는 ‘내용’이 메시지라고 믿어 왔는데 ‘매체가 메시지’라는 맥루한의 주장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다. 맥루한은 모든 기술을 인간 기능(function)의 확장이라고 파악했다. 의복은 피부의 확장, 자동차는 다리의 확장, 컴퓨터는 두뇌의 확장, 전기는 중추신경의 확장으로서.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매체 기술은 감각기능의 확장이다. 책은 눈의 확장, 라디오와 전화는 귀의 확장, 텔레비전과 영화는 눈과 귀의 확장인 셈이다.

책을 시각매체, 라디오를 청각매체, 텔레비전을 시청각 매체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자와 청각장애자의 경우처럼 시각매체인 책으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과 청각매체인 라디오로만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마치 코끼리 인식에 있어서 시각장애자와 청각장애자의 차이를 보면, 시각에 의존하는 청각장애자의 코끼리상은 실제 모습과 비슷하겠지만 시각이 가려진 채 청각과 촉각 등에만 의존하는 시각장애자의 코끼리상은 실제와 멀어진 모습이다. 이것이 ‘매체가 곧 메시지다’라는 의미이다.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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