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합리적인 관료제의 운영원칙 제시
막스 베버의 ‘경제와 사회’
 
“공식적인 조직은 가부장적인 방식보다는 관료적인 방식에 의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진다.” -막스 베버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1864~1920)는 경제 분야에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의 사후에 발간된 대표적인 저서 ‘경제와 사회’(Wirtschaft und Gesellshaft·1922)에서 그는 경제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힘의 원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사회적 질서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경제행위를 화폐, 기술, 노동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해석하고 있는 이 저서는 너무나 방대하여 전체를 압축해 요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서는 베버가 제기한 다양한 논의 중에서 현대 조직의 운영원리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직체제에 대한 논의만을 소개하고자 한다.

베버는 관료제를 가장 이상적인 조직 체제로 규정하고 있다. 성공적인 관료제의 운영을 위해서 조직은 전통적인 권위에 의해 운영되거나, 특정한 카리스마에 의해 운영되어서는 곤란하다. 관료제는 합리적이고, 법적 권한에 의해 조직이 운영되는 제도이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권한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권한은 정통성을 가져야 하며, 정통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일에 걸쳐 타인이 수용하는 과정에서 합리성과 합법성을 획득해야 한다. 베버는 권한을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합리적·법적 권한이다. 합리적·법적 권한은 법규화된 질서나 조직의 규칙에 의해 만들어지는 권한이다. 이러한 합리적·법적 권한은 관료제의 근간으로 공식적인 조직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권한이다. 

둘째, 전통적 권한이다. 이는 전통과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권한으로, 오랜 역사적 전통에 대한 신뢰에 의해 합법성이 부여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존속해온 것에 대해서는 의심 없이 무의식적으로 권한을 인정하게 된다. 예컨대 가부장적인 권한이 대표적인 전통적 권한이다. 전통적 권한은 가정이나 비공식적인 조직의 운영에는 필수적이나 공식적인 조직에는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공식적인 조직은 전통적인 권한에만 의존해서는 질서를 유지하기 어렵다.

셋째, 카리스마적 권한이다. 이는 특정한 시기 특별한 방식으로 창조된 질서로, 권한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신뢰에 의해 만들어지는 권한이다. 이러한 권한은 이성적 판단을 초월한 것이지만, 현대와 같은 합리적 시대에도 여전히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탁월한 지도자의 창조적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가 카리스마적 권한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카리스마에 근거한 권한은 지속성이 약하다. 카리스마는 혁명적 힘을 지니고 기존의 안정된 제도적 질서를 뒤집어 버릴 수는 있지만, 카리스마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합리적·법적 또는 전통적 권한으로 변화해야 한다.

결국 공식적인 조직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권한은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고 카리스마에 근거한 권한은 일시적일 뿐이다. 공식적인 조직은 합리적·법적 권한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이상적인 관료제는 합리적인 운영원칙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관료제의 전형적인 운영원칙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분업의 원칙이다. 조직은 부분의 합이다. 각각의 부분들이 분업의 원리에 따라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효율적인 전체를 구성하게 된다.

둘째, 명령 체계 및 계층의 원칙이다. 분업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조직 전체의 목적을 위해 역할이 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 조정을 위해서는 합리적·법적 권한에 의한 명령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러한 명령을 통해 계층적인 조직이 구성된다.

셋째, 공개 채용의 원칙이다. 공식적 조직이 지속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인력이 유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규인력의 유입은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개적인 채용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통적인 권한관계에 의한 정실인사나 카리스마적인 권한에 의한 무작위 채용이 이루어지면 합법성을 유지할 수 없다.

넷째, 경력에 따른 고정급 원칙이다. 안정적인 조직의 운영은 계층적인 질서를 근간으로 한다. 이러한 계층적 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위계에 의해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력이 많은 상급자가 하급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은 고정급으로 지급되어야 구성원간의 안정적인 관계가 유지된다.

다섯째, 통합제도에 의한 통제의 원칙이다. 분업의 원칙에 의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부분은 조직 전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통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계층적인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통합을 위한 통제는 관료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베버의 관료제는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운영방식이지만, 관료제만으로 현대조직을 운영해서는 곤란하다. 현대에 있어 관료제는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컨대 경력에 따른 고정급은 구성원을 나태하게 만들고 변화를 거부하게 한다.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은 바로 이러한 안정적인 급여체제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통합을 위한 통제는 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저해한다. 모든 조직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모습을 창의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데,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베버의 관료제는 변화를 거부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과연 관료제는 타파되어야만 할 대상인가? 그렇지 않다. 베버는 관료제를 통해서 권한과 원칙을 강조했다. 가부장적인 권한으로 합리적·법적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변화는 아니다. 카리스마에 의해 혁명적 변화를 이루는 것도 일시적으로는 통쾌하지만 부작용도 많다. 합리적·법적 권한에 의한 관료제는 원리와 원칙에 근거한 조직운영을 강조한다. 역사상 수많은 형태의 조직이 생성, 소멸되었으나 가장 생명력이 강한 조직형태는 피라미드 구조의 관료적 조직이다. 조직은 개인의 합이고 대중은 근원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이 변화하고 이에 따라 개인의 성향이 바뀌어 가는 현대 조직은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관료제를 벗어나 보다 혁신적인 조직을 생성시키고 있다.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와 마찬가지로 비체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관료제는 너무 체계적이라 경직된 구조를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제도 변화도 원리, 원칙에 위배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합리적·법적 권한에 의한 관료제는 원리와 원칙에 근거한 조직운영을 강조한다. 역사상 수많은 형태의 조직이 생성, 소멸되었으나 가장 생명력이 강한 조직형태는 피라미드 구조의 관료적 조직이다. 조직은 개인의 합이고 대중은 근원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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