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금욕적 절약 생활이 자본 축적을 가능케 해

근대 자본주의는 왜 서양에서만 탄생할 수 있었을까? 독일의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Max Weber·1864~1920)는 학술지 ‘사회과학 및 사회정책’에 1904년과 1905년에 걸쳐 이 질문에 답하는 논문을 기고했다. 그것이 바로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Die Protestantische Ethik und der Geist des Kapitalismus)’이다. 베버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말한다. ‘보편적인 의의와 가치를 지닌 발전선상에 놓여 있는 듯한 문화적 현상이 오직 서구 문명에서만 나타난 사실은 어떤 일련의 환경에 귀속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 문제는 ‘일정한 종교적 관념이 경제적 정신 혹은 경제체제의 에토스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의 문제’이며 ‘근대적 경제생활의 정신과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티즘의 합리적 윤리 간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신앙의 소명(召命) 관념과 칼뱅주의를 비롯한 청교도 신학의 예정설(豫定設)에 주목한다. 하느님에게 부름을 받았다는 소명 관념과 소수의 사람만이 하느님이 내리는 영원한 은총을 받도록 선택되었다는 예정설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하는 노동 윤리와 금욕적인 자세로 이어진다.

소수의 사람만이 하느님이 내리는 영원한 은총을 받도록 선택되었다면 도대체 누가 그렇게 선택 받았는지, 과연 나는 선택 받은 인간인지 궁금하고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가 바로 선택 받은 사람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만일 선택 받았다는 것을 의심한다면, 그것 자체가 영원한 은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불경(不敬)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세속적인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이 내린 소명으로서 직업에 충실한 것이 구원에 대한 의심을 없애는 방법인 것이다.

‘금욕은 더 이상 과외활동이 아니라 자신의 구원을 확신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요구되는 행위였다. 자연적 생활과 구별되고 종교적으로 요구된 성도의 특별한 생활은 더 이상 세속 밖의 수도원에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그 질서 안에서 행해졌다. 내세를 바라보면서 세상 안에서 생활방식을 합리화한 것은 금욕적 프로테스탄티즘의 직업사상이 낳은 결과였다.’

결국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얻는 이윤을 철저히 절약하고 축적하는 금욕주의 윤리가 바로 자본의 축적을 가능케 했다. 베버 자신의 말을 빌리면 ‘근대적 문화에 구성적인 요소 중 하나인 직업 사상에 입각한 생활방식은 기독교적 금욕의 정신에서 탄생한 것’이다. 베버는 그런 정신의 예로 벤자민 프랭클린의 ‘자서전’을 인용한다. 이를테면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한다. ‘시간이 돈임을 잊지 말라. 매일 노동을 위해 10실링을 벌 수 있는 자가 반나절을 산책하거나 자기 방에서 빈둥거렸다면, 그는 오락을 위해 6펜스만 지출했다 해도 그것만 계산해서는 안 된다. 그는 그 외에도 5실링을 더 지출한 것이다. 아니 갖다 버린 것이다.’

우리는 근대 자본주의가 도덕이나 종교와는 무관한 개인적 이윤 추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베버는 근대 자본주의가 종교적 의무로서의 직업에 대한 엄격한 책임 의식과 금욕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본 것이다. 베버는 이렇게 말한다. ‘금욕주의는 수도원의 닫힌 벽을 걸어 나와 일상생활의 직업으로 옮겨왔고 현세의 도덕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금욕주의는 기계제 생산의 기술적·경제적 조건으로 자리잡으면서 근대적 경제 질서라는 강력한 우주를 형성하는 데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한 사람의 상인, 청교도 금욕주의에 충실한 한 상인을 떠올려보자. 그 사람은 상인으로서의 직분이 하느님이 자신에게 내린 소명이라 여긴다. 그는 결코 사치하거나 낭비하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번 돈을 계속 축적한다. 그는 자신이 영원한 은총을 받도록 선택 받은 자라 굳게 믿으면서, 상인으로서 생활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꾸려나간다. 베버가 보기에 바로 그런 사람, 정확히 말하면 그런 사람이 지닌 종교적 관념이 근대 자본주의 탄생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