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작업의 낭비요소 없애 생산성 높여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눈에 보이는 물적 자원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노력이 더 크게 낭비되고 있다.” - 프레더릭 테일러
 
1911년 출간된 ‘과학적 관리법’(The Principle of Scientific Management)은 조직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작업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원리를 정립한 경영학 최고의 고전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저자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는 산업혁명 이후 공장생산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던 관행을 타파하고, 작업현장을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간연구’와 ‘동작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기본원리를 제시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업적은 훗날 노동조합이 활성화하면서 “인간노동을 기계화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에 분업을 통한 전문화를 도입하고 과학적인 작업 방식을 정립한 테일러리즘은 막스 베버의 관료제와 더불어 기업조직과 경영활동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기본원리로 평가받고 있다.

훗날 노동자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지만, 사실 과학적 관리법은 노사공동의 번영을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테일러는 능률이 향상되어야 고임금을 실현하면서 동시에 기업 차원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과 영국에서는 관세 인하, 경영권 세습 규제, 사회주의식 세제 개혁 등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지만 정작 기업과 개인의 번영을 위해 필수적인 생산성 향상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테일러는 노동자의 나태한 태업을 막는 것이 생산성 향상의 지름길이라 보았다. 당시의 노동자는 ‘기계의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비능률적인 주먹구구식 방법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테일러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생산성 증대와 원가절감을 통해 제품가격을 떨어뜨려야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운 고용이 창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컨대 구두를 기계화에 의해 대량 생산하게 되면 평균 5년에 한 켤레 정도 구입하던 소비자가 1년에 두 켤레를 구입할 수 있을 만큼 가격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규고용이 발생한다는 논리다. 테일러는 “과도한 노동에 대해 동정하기보다는 왜 낮은 생산성으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저임금의 원인이 태업에 있다”고 지적했다.

태업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천성적으로 게으른 자연적인 태업이다. 또 하나는 조직적 태업으로,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혼자 너무 열심히 일하면 다른 동료로부터 비난을 받게 되므로 하향 평준화식의 태업을 하게 된다. 과학적 관리법에서는 “이러한 조직적인 태업을 막기 위해 임금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하루의 임금이 정해진 상태에서는 하루에 해야 할 작업량이 적을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로 인해 태업의 악순환 고리가 생기게 된다. 이런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작업량만큼 임금을 지급하는 차별성과급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철 운반 및 벽돌 쌓기, 자전거 베어링 검사 등의 모든 작업에는 업무 수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필요하다. 과학적 관리법을 적용할 경우 벽돌 운반에 필요한 총 동작을 18번에서 5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작업대에 벽돌을 가지런히 쌓아놓으면 필요한 곳으로 벽돌을 옮기는 작업을 단순화시킬 수 있다. 즉 작업하기 편리한 위치에 벽돌을 내려놓는 판을 마련하는 등 간단한 도구를 고안해 수천 년간 해온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함으로써 1인당 1시간에 쌓을 수 있는 벽돌의 개수를 120개에서 350개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오래 일하게 하는 것보다 제한된 시간에 집중적으로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예컨대 자전거용 볼베어링 생산 공장에서 여공들은 전통적으로 하루에 10시간30분씩 작업하고 있었다. 과학적 관리법에서 진행한 시간 연구의 결과 하루 10시간30분의 작업 시간을 10시간, 9시간30분, 9시간, 그리고 8시간30분으로 단축하면서 임금은 동일하게 지불했더니 산출량이 오히려 증가했다. 즉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명히 하고, 볼베어링 제조 공정의 숙련 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하여 숙련도에 따라 공정에 투입하는 방식을 조정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단순히 솔선수범하는 근면한 자세보다 과업의 과학적 관리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일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적정한 인재에게 적정한 과업을 할당하고, 성과보상을 합리적으로 한다면 모든 사람이 태업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논리다. 결국 종업원이 자율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체계적으로 정립된 과학적 방식을 관리자가 종업원에게 적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다. 관리자와 종업원이 협력해서 과학적으로 작업에 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이 과학적 관리법의 근본 철학이다.

“과학적 관리법은 노동자를 꼭두각시로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갖추게 되면 보다 흥미롭게 과업을 수행하면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과학적 관리법이 노동자의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과업 수행 방식을 혁신하는 창의적인 제안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즉 기존의 방식보다 우수한 새로운 방식을 작업자들이 제안하여 공장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 과학적 관리법의 기본 철학이므로 오히려 종업원의 창의성을 높일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21세기에 와서도 과학적 관리법은 여전히 유효하고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첫째, 과학적 관리법은 노사공영(勞使共榮)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능률 향상을 통한 노사공영은 현대기업이 추구하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둘째, 과학적 관리법은 현대 지식경영의 효시이다. 관리자는 과학적 관리에 필요한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노동자는 학습된 지식을 실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식경영이다. 셋째, 하루의 공정한 작업량을 설정하고 작업량에 따라 차별성과급을 주는 제도는 성과에 따른 연봉제를 추구하고 있는 현대기업이 추구하는 기본방향과 일치한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업조직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과학적 관리법은 낡은 방식을 버리고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는 경영의 기본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고전에서 배우는 교훈의 공통점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과학적 관리법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기본은 아마도 ‘전문화’와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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