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놀이하는 존재다. 만약 당신 주위에 섹스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하는 섹스를 구경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암스테르담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정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자기 신체를 사용한 놀이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스포츠 관람에만 넋을 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관음증 환자다.
스포츠가 개인의 건강과 육체를 향상시키려는 것이라면, 관음화된 현대의 스포츠는 그 정의에 맞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육체가 제거된 관음화된 스포츠는 구경꾼을 잡담가로 타락시킨다. 스포츠 경기란 사익에 충실한 극히 개인적인 활동임이 분명한데도, 스포츠 잡담가들은 그걸 국력과 연관지으며 공적인 화제인 양 기만한다. 올림픽이 시작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에 육박한 이유다.

(한겨레, 장정일의 '책 속 이슈'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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