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인디 만세 - 한국 인디 음악 10년사
박준흠 지음 / 세미콜론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 사장님의 귀농으로 잠시 문을 닫았던 신촌의 문화공간 '아름나라'가 다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한달음에 달려갔지만, 곧 공간 운영의 어려움과 맞닥드려야 했습니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 '빵'과 이대 후문의 '체화당'을 알게된 것이 그 즈음이었습니다.

- 홍대 클럽, 그것도 인디 밴드의 음악은 처음이었어요. 낯선 락 음악을 들었고, 곧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의 모던 락과 포크도 들었습니다. 나쁘지 않았죠. 다른 곡들이 궁금해, 시와, 이주영 같은 인디 뮤지션들의 클럽이나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 홍대 클럽 1세대(?)인 박준흠 대중음악평론가가 정리하고 쓴 이 책은, 인디 음악에 대한 정의, 인디 음악 10년사, 그리고 인디 음악의 발전 방향이라는 명쾌한 얼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디 음악을 즐겨오신 분들이라면 인디씬 전체를 조망하는 기분으로, 인디 음악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이라면 좋은 음악을 소개받는다는 기분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얼마 전, 제게 인디씬을 소개해달라던 한 친구는 '듣는 음악들이 죄다 지겨워졌다'고 표현하더군요. 인디씬의 존재가치를 보여주는 평범한 일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친구는 인디씬을 통해 다양한 음악, 궁극적으로는 제 마음에 드는 좋은 음악을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구매했던 메이저씬 음반들과는 달리, 쉬이 듣거나 구매하기 힘든 인디씬에 작은 불편함을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저자와 같이, 인디 음악 전문 FM 채널이나 독립적인 유통망을 갈구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 꽤 오래 전에 나온 이 책의 고민들이 인디씬에 어떻게 자리잡았을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현재, 인디 음악 감상 사이트 '블레이어'와 인디 음악 인터넷 방송국 '쌈넷' 사이트가 운영중입니다.) 언젠가 인디 뮤지션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아래는 개인적 편의를 위한 간단한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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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음악의 정의]

음악의 창작과 유통 과정에서 주류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속성적 한계를 배제한 음악. 저자는 '진정성'이라는 관념적이고 주관적인 항목도 설정했는데, 이는 주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담보된다고 보여짐.
하지만, 이런 정의는 음악씬이나 뮤지션들을 구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디 뮤지션과 인디 음악의 정체성과 존재 가치를 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한 것임.

[인디 음악에 대한 오해]

인디 음악은 저항적이다? 인디 음악은 실험적이다? 인디 음악은 아마추어적이다?
주류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담보되는 인디 음악의 특징은 '다양성'밖에 없음. 저항적일 수도 아닐 수도, 실험적일 수도 고전적일 수도, 프로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인디 음악의 발전 방향]

적어도 만 장 정도의 앨범이 발매되는 시스템의 구축. 절반 이상을 인디 음악에 할애하는 전문 FM 채널의 개발, 인디와 메이저를 불문하고 음악 산업을 주도할 전문 인력과 언론 매체의 확보.
인디와 메이저씬은 통합을 지향하기 보다는, 서로의 장점을 취하는 방향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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