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에 대한 그의 졸렬한 태도는 상처의 이기심을 먹고 살아가는 남자의 허영(내 상처는 보다 깊고 독창적이라는 허영)에 특징적인 것이다. (중략) 수현과의 합일을 통해 그가 또다시 증명한 진실은, 그의 현재를 구성하는 그 낡은 버릇 이외에 아무런 진실이 없다는 진실이다.

가족이나 연인과 같은 근본적·1차적인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제공하던 정서적 지지가 없어지거나 훼손될 경우 그 당사자는 이후 단발적이며 피상적인 애정관계를 전전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깊고 지속적인 정서의 관계를 믿지 않거나 혹은 아예 회피하는 쪽을 택한다. 세속에서 성숙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은 곧 1차적 애정관계에 대한 근본적이며 진득한 신뢰에 의지한다는 주장이다.

(한겨레, 김영민의 '영화와 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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