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 신촌 홍익문고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 책을 처음 훑었었나. 두 권의 책을 다시 찾아 읽었다. 아래는 책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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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웠을까? 누가 그래야 한다고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아무 느낌도 없으면서 아니 아프고 힘들기만 하면서, 헉헉대는 신음 소리를 내고 느낌이 있는 척을 하고 심지어 좋은 척, 만족스러운 척까지 해야 한다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나에게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이 정서적 교감이었다면 굳이 그 남자들과 몸으로 교감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몸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이미 정서적으로 교감한 상태에서 육체적 교감도 나누고자 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에서 아프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즐겁지 않다고 정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미 그 사람과 정서적으로도 교감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질에 들어올 때, 여성은 굉장히 다양한 느낌과 감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런 감각들은 때로 힘으로 때로는 부드러움에 의해 살아나고, 여성의 성기와 남성의 성기가 다양하고도 섬세한 움직임에 의해서 만날 때 더욱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섹스에 있어서 마음을 연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의 몸과 감각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의식적 억압들을 내던져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그런 감각을 느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독점하려고 하지도, 함께 할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더 잘 서로의 상처를 핥아 주고 상대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주었다. 그것이 비록 잠시일지라도, 시간과 공간, 정신과 육체를 나누면서 서로의 가장 좋은 모습을 일깨워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자위

“자위는 오르가슴에 도달하기 위해 빨리 하고 끝내는 게임이 아니라 자신과 나누는 대화이다.”

# 여자와의 남자

“어떤 남자들은 말 그대로 관계에 기생하며 여자들의 감정을 착취한다.”

# 비혼

“나는 이 삶의 문제를 ‘결혼’으로 해결하고 싶지 않을 뿐이고, 더 솔직하게 결혼으로 해결될 것인가에 대해서 확신도 없다. 우리 비혼들 스스로도 결혼이 보류된 상태로 조용히 불편해할 일이 아니라 내가 언제 어느 때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 비혼인 나의 삶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야 할 것 같다. 단독가구와 맞벌이가구 추가공제를 없앤다는 안이 나왔을 때 맞벌이 부부들이 얼마나 당당하게 반대여론을 형성했는지.”

“그녀들의 수많은 감정과 경험이 오직 단 하나, 결혼을 못 했기 때문으로 해석되는 단순무도함은 끔찍할 지경이다.

# 이혼

“어쩌면 의부증을 끝내고 싶은 욕망의 발현인지도 몰라. 지긋지긋하게 힘들고 괴로운 시절을 지날 때,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워주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그런 욕망의 발현 말이야…”

# 밤길

“전국에서 열린 ‘달빛시위’는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현실에 반대하고, 일방적으로 억압당하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회복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여성이 보호의 객체가 아닌 저항의 주체로서 자신의 힘을 발견하고 키워내며 모아낼 수 있음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노처녀라는 단어가 말해주는 건 ‘노처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편견과 무식함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공존

“언젠가부터 내가 너무 행복하지 않고, 너무 자주 주변사람들과 충돌하면서 나 자신과 타인들에게 상처 주고, 이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는 술과 담배와 게임과 쇼핑 따위밖에 없고, 그렇게 지구와 우주에 폐만 끼치면서 살고 있다는 게 정말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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