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름나라 기금, 입간판 건은 민주주의를 상기시킨다. 형님은 "열흘이면 끝났을 문제를, 지지부진하게 만들었다."며 그것의 원인으로 내 미천한 '연륜'을 탓했는데, 일이 지지부진해진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그것이 경험의 부족에서 나오는 판단 착오는 아니라는 것이 내 고집이다.
비민주주의적인, 그러니까 체계와 절차, 합의 같은 것을 무시한 방식은 빠르고 신속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거칠고, 그로 인해 누군가를 소외시키기 마련이다.
민주주의적인 방식은 느리고 불편하다. 모두가 모여야 했고, 토론은 매끄럽지 않았으며, 합의를 게시하고 확인하고, 의견을 기다리며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형님과 같이 두 가지 방식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두 방식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는 방식과 해결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불확실하고 예측불가능한 문제점들이, 후자는 확실하지만 예측가능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전자는 임기응변으로, 후자는 제도의 힘을 빌려 해결해야 한다.
진정한 문제점은 우리가 후자를 선택했다는 것이 아니라, 후자를 선택하고 이용할 만한 능력이 부족했다는 데에 있다. "정모를 하면서 오히려 추진동력을 잃어버렸다."는 형님의 지적은 이 대목에서 아주 올바르다. 합의에 대한 존중은 의식적이어야 가능하고, 합의에 대한 실행은 준비되어야 가능한데, 우리는 이 부분을 놓쳤다.
그런데 막상 이 얘길 꺼내기는 귀찮아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버렸다. 뭔가 찜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