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신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소신 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박재승 위원장입니다. 그의 소신이 '국민에게 이로운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정서'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보지만, 개인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소신이라는 점은 귀감이 된다고 보여집니다.

- 통합신당 공천에서 탈락한 주요 인사들에 대한 인간적인 괴로움에선, 정책정당ㆍ이념정당이 아닌 통합신당의 한계를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이 공천이었다는 대목에서, 나라를 위했고 당을 위했다는 '대의'가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 박 위원장이 '정치를 모른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비꼬는 대목은 통쾌합니다. 그들은 애써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정치를 혼동하려는 것 같군요.


(출처: 한겨레 2008.03.10)
 
박재승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9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강도 높은 공천 기준에 대한 당내 반발을 두고 “(나보고) 정치를 모른다고 하는데, 모른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나는 이 기준을 세워야 전국적인 당 지지도가 올라가고, 그래야 통합민주당의 표가 불어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고 이상 정치인의 공천신청 배제’ 기준에 따라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탈락한 정치인을 향한 인간적인 괴로움을 드러냈다. 그는 “배제된 분 중에는 평소 (저한테) 형님, 형님 하는 양반도 계신다. 나름대로 나라를 위하고 당을 위했다는 그런 양반들의 주장이 맞다. 괴롭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말 존경하는 분이다. 아마 정말 많이 원망하고 계실 거다. 그런 큰 정치인이 우리나라에 나오기 힘들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러나 탈락한 이들의 반발에 대해서는 “누구는 그걸 ‘압력’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압력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건 나에 대한 모독이다. 압력이 아니라, 일방적인 저항만 있을 뿐”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공천심사 결과 발표가 애초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앞으로 발표 일정이 어떻게 되나?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당 사정 때문에 늦추고 있는 것이지, 자료 제출을 안 해서 그런 것처럼 생각하는 건 좀 유감이다. 공천 배제 기준 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다.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 등이 모두 서울 또는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나?
=내가 이름을 거명한 것은 아니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 패널이 묻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말했을 뿐이다. 그걸 두고 야단인데, 공심위원장이 그런 말도 못하면 얘기할 게 뭐가 있나. 일반 시민, 당원 다 할 수 있는 얘기 아닌가. 그 생각은 여전하다.

-그분들이 지역구에 출마하면 지원 유세에 지장이 생긴다는 반론도 있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로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런 점(부산에 계속 출마)이라고 생각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봐야 한다. 야당 대표 정도 되면 대통령을 바라봐야 한다. 대통령 되는 길이 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강금실 최고위원도 그런 급인가?
=거기엔 대답하지 않겠다.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기본적인 구상은?
=비례대표 구상이 있다고 해도, 제가 먼저 움직일 영역이 아니다. 당 대표들이 먼저 구상을 해서 안을 제시하는 게 순서다.

-과거에 비례대표는 당 지도부가 자기 세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용됐다. 그건 잘못이라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어떤 분들이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문성을 갖추면서 당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현실정치, 현실정치 그러지만 현실정치도 한가할 때 따지는 것이지, 계파까지 고려한 현실정치에 집착하는 것은 큰일 하는 사람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

-지난번 라디오 인터뷰 때, 새로운 인물 발굴을 위해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단계인가? 그분들이 수도권 전략공천 후보나 비례대표 후보가 될 수 있는 건가?
=저보다도 당 대표가 하시고 계신다고 들었다. 성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 우리 정치의 어려운 점이, 유능한 젊은이들이 정치를 멀리 한다. 거의 의도적으로 국회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아서 유능한 사람들이 겁나서 못 들어오게 한다. 이건 선배 정치인들이 책임져야 한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 자기 방식대로 하면 그것이 정치인 줄 안다. 나보고 정치를 모른다고 하는데, 자기들이 말하는 정치는 내 정치보다 하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기준을 세워야 전국적으로 당 지지도가 오르고, 통합민주당 표가 불어난다고 본다. 이게 비정치적인 법률 논리인가. 내가 법률가라서 법률 잣대만 댄다고 하는데, 거꾸로 사면을 받으면 총선에 출마시켜야 하는 것이 법 논리다. 사면받았어도 국민 정서에 반하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안 된다는 게 내 주장, 정치적인 주장이다. 나보고 정치를 모른다고 하는데, 정치권에 안 들어왔을 뿐이지, 왜 모르냐. 크게 봐서 국민 마음 봐서 한다는 게 굉장히 정치적이다.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 중에서 이번에도 비례대표를 신청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받아줄 것인지?
=그건 안 되는 거 아닌가. 합당 과정에서 그 규정(비례대표 재공천 금지)이 없어졌는데, 바람직한 건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이 당에서 비례대표를 (또) 해야 하는 논리를 그쪽에서 세워야 한다.

-정체성 평가는 신인보다 현역 의원에 중점을 두나?
=그럴 수밖에 없다. 참 어렵다. 평소에 봤던 것과 심사하면서 보는 것이 다르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누가 하는 말의 속뜻이 뭔지 다 안다. 그러나 엉뚱하게 궤변을 얘기하는 게 보인다. 실망이 많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신당을 만들 때 합류 가능성을 내비친 현역 의원들이 있다. 이런 분들은 정체성 면에서 감점인가?
=감점을 당해도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말씀을 하는 거다. 무슨 행동을 할 때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겠느냐, 그걸 생각하면서 처신을 해야 한다. 가치의 균형 문제다. 모든 가치를 평등하게 보라는 게 아니다. 큰 가치가 있고 작은 가치가 있으면, 큰 건 크게, 작은 건 작게 보라는 거다. 아름답게 살기 위해 설정한 기준이 있는 이상, 아름답지 않게 평가될 일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철새는 어떤 역경이 있어도 작년에 갔던 길을 또 간다. 매년 갔던 길을 간다. 그게 철새의 길이다. ‘철새 정치인’과는 전혀 다르다. 가장 잘못 붙여진 용어다.

글 강희철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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