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진화론을 배격하는 창조론 지지자들이 최근 창조과학을 다루는 과학저널을 창간하고, 과학계는 ‘2009년 진화론 150돌’을 기념할 채비에 나서면서, 지구촌에 과학과 종교의 긴장이 높아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단체인 ‘해답은 창세기’는 최근 “성경의 틀 안에서 창조와 지구적 범람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저널 <앤서즈 리서치 저널>(ARJ, answersingenesis.org/arj)을 온라인 출판 형식으로 창간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엔 켄터키 주에 2700만달러 규모의 ‘창조 박물관’을 열었다.
편집장을 맡은 오스트레일리아 지질학자 앤드류 스넬링은 이 저널을 지지하는 동료 과학자들의 ‘심사’를 거친 논문만을 저널에 싣는다고 밝혔다. 창간호엔 ’미생물과 창조의 날들’ ‘격변을 보여주는 화강암 구조’ 등 주제의 과학논문 3편이 실렸다.
창조론자들은 1990년대 이후 ‘세계와 생명은 우연이 아니며 어떤 지적 존재의 작품’이라고 보는 ‘지적 설계론’을 과학으로 내세우며 세를 넓혀왔다. 생물학계는 대체로 이를 과학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무시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과학계가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의 누리집엔 창조과학 저널의 기독교근본주의를 비판하고 우려하는 과학계 독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는 과학과 종교의 화해를 주장했다.
찰스 다윈의 탄생 200돌이자 진화론의 고전인 <종의 기원> 출간 150돌인 2009년을 앞두고 진화론과 창조론의 긴장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과학계는 진화론 15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여러 과학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는 반면, 창조론 지지자들을 진화의 증거를 반박하며 창조론의 과학성을 입증하는 활동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처>는 새해 초 사설에서 창조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하며 “2009년 2월12일 다윈 출생일 전까지 진화론과 관련한 과학 학술단체들은 진화의 증거를 정리하고 널리 알리는 데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오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