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공간의 논쟁을 즐겨하는 이들 중 일부는 상대의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채 반박이란걸 펼치는데, 종종 장광설을 늘어놓기 일쑤다. 그들이 쓴 글을 읽고 있으면, 제 분에 못이겨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나는 피식 웃음이 나는 것이다.

너그러운 이들은 이들의 글쓰는 태도나 예의를 하나하나 지적해주지만, 별로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의 행태란,
결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식으로 제 할 말만을 내뱉으려는,
아니면 제 말재주 혹은 글재주를 뽐내고 싶은,
그것도 아니면 타인의 글을 읽고 괜히 제 찔리는 구석을 어떻게든 무마해보려는,
그런 일차원적인 욕구에서 나오는 것이지, 애초에 소통 혹은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통을 원하지 않는 바에야, 대꾸할 필요도 없겠지만, 저희들 자유대로 쓰는 글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저희들의 일차원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타인의 글을 재료로 삼는 점을 지적해야겠지만.

(덧붙이자면, 이런 이들 중에도 상급이 있고 하급이 있다. 아시다시피, 상급은 아전인수 격으로 글을 인용해놓고 제 할 말만 잔뜩 늘어놓는 위인들이지만, 하급은 독해 자체가 엉망이어서 물꼬를 틀 능력도 없는 이들이다.)

- 대학 시절, 공활이나 빈활이 '봉사 활동'이 아닌 '연대 활동'이라는 것을 알고 후배들이 종종 봉사와 연대의 차이에 대해서 물어보곤 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 답하기를 좋아했다.

"봉사가 남을 위한 것이라면, 연대는 우리를 위한거겠지."

물론, 묵묵히 봉사하면서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자연스레 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로 봉사를 연대라고 떠벌이는 이들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전자ㆍ후자 모두 너무 극소수라, 전자는 간헐적으로 언론에 보도될 뿐이고, 후자 역시 '연대'라는 가치가 아예 사라지는 요즘이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칼럼니스트는 "뽐내기 위한 봉사인들 어떠랴" 라고 말 할 정도 였으니까.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인들 역시, 간헐적으로 봉사하거나, 연대할 자신이 없어 봉사를 갈등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봉사니 연대니 운운하면서 제 자신을 드러내기에 바쁜 이들은 최고의 목불인견.

말이야 어찌됐건, 이들의 행동이 곤경에 처한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오히려 이들이 이런 명백한 사실에 대해서는 겸양을 떨면서, 한편으로 제 자신의 성정에 대해서는 추켜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봉사는,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줌과 동시에 불편한 제 자신의 마음을 달래려는 것인데, 이들은 애써 후자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제 마음을 포장하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제 욕심만큼 인정받지 못했을 때에는, 슬쩍 발을 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