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국정원 과거사위는 칼858기 폭파사건이 북한 대남공작 조직의 공작원 김현희·김승일씨에 의해 이뤄졌으며, 안기부가 사건을 사전에 인지·기획·공작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제기된 의혹만 350건인 이 사건 관련 문서 15만여쪽, 관련자 93명을 조사한 결과다.

그러나 과거사위는 안기부가 1987년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선거 전 김현희씨를 압송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는 한편, 김씨의 진술만 듣고 서둘러 수사결과를 발표해 의혹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내무부·안기부 등 10개 정부기관이 동원됐으며, 김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김씨의 사면이 추진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과거사위는 “실체가 명백한 사건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경우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다시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활동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국정원에 촉구했다.

과거사위는 안기부 개입 의혹의 주요 근거였던 △김현희 화동사진 △북한 출신 여부 및 행적 △폭약의 종류·양 등을 규명했다. 과거사위는 1972년 평양 남북조절위원회 당시 화동이 김현희라는 사실을 당시 일본 공산당 기관지 평양 특파원으로부터 사진을 전량 확보해 확인했다. 또 안기부가 임의로 추정했던 폭약은 ‘콤포지션’ 계열일 가능성이 높으며, 폭약을 숨긴 라디오가 정상 작동했던 점을 고려할 때 당시 발표된 350g보다 적은 양이 사용됐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획 자작극’의 당사자로 지목됐던 안기부는 ‘혐의’를 벗었지만 △블랙박스 등 잔해수거를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점 △김현희씨와 당시 수색을 지휘한 대한항공 사장의 거부로 이들을 면담조차 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칼858기 폭파사건은 지난 7월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에서도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져, 다시 한번 정부 차원의 판단을 남겨놓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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