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초회한정판 (2disc)
장윤현 감독, 송혜교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 이 영화를 '역사영화' 카테고리에 넣을까 잠시 망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1세기를 먼저 산 16세기의 여인'이라는 부제는 무색했다. 초점 없는 영화, 내가 영화를 보고나서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경우에 <황진이>가 속했다.

- 영화는 황진이에게도, 놈이에게도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그렇다고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지도 않은채 지리하게 흘러갔다. 
난봉꾼 주인에게 겁탈당한 아이를 마님께 빼앗긴 후, 색주가를 떠돌다 병들어 죽은 황진이의 어미. 규방 아가씨로 살아온 시절을 뒤로 하고 어미의 무덤을 찾은 황진이는 "나는 이 여인네처럼 살지 않을거다. 이 세상을 내 발 아래 두고 마음껏 조롱하며 살거야."라고 읊조린다. 그런데 이 여자, "내가 갈 길을 위해 네가 필요할 뿐이다."라면서 놈이에게는 "정조를 드린다."질 않나, 벽계수와 같은 당대 선비들을 찾아 유혹하며 조롱하는가 하더니, 서경덕을 두고는 진정한 도덕군자라 칭한다.

- 놈이는 한 술 더 뜬다. 놈이는 평생 황진이 한 사람을 가슴에 품어온 남자이자, 지방관과 아전들에게 수탈당하는 백성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그려져있다. 물론, 등장인물이 어떤 캐릭터이냐는 연출자 혹은 작가 감독의 몫이겠지만, 개연성 내지 필연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황진이의 출생신분을 밝혀 혼사를 망쳐놓고 자괴감에 그녀 곁을 떠난 놈이가, 어떻게 초적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나타나는 것일까.

- 어떤 비평가는 사극의 주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었는데, 한 가지는 권력을 둘러싼 투쟁(암투)요, 나머지 한 가지는 좌절된 개혁이었다. 지금까지 방영된 많은 사극들이 이 스펙트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얻어왔음에는 틀림없지만. <황진이>는 황진이와 놈이의 사랑을 근거로 이 두 가지 스펙트럼을 이어보려다, 황진이도 놈이도 보여주지 못한 애석한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 시나리오. 정말 그렇게 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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