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우리 굿에 한바탕 미쳐보자. 우리 굿과 굿음악으로 삶의 응어리를 풀고 무박 2일간 밤새워 미쳐보는 ‘한국판 우드스탁’ 굿페스티벌이 벌어진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이 창립 10년을 맞아 14~16일 경기도 수원과 의정부에서 굿연구소 주관으로 펼치는 굿음악제이다.
걸쭉한 굿판과 대중음악이 한바탕 난장을 벌이는 ‘굿 음악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5일 오후 2시부터 16일 새벽 5시까지 의정부시청 앞 잔디마당에서 무박2일로 펼치는 ‘소리굿 난장’. 경기도당굿·강릉단오굿·전라도 씻김굿·황해도굿 등 우리 굿과 시나위·경기소리·정가 등 굿음악의 진수를 맛보며 재즈·락·칸초네·샹송·퓨전음악 등 대중음악과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비교해볼 수 있다.
시나위 전문소리꾼(윤호세·추정현·신현식)들의 봉짝 시나위, 경기소리단체인 신시예술단(이강근·김명수·백영춘·이완수·이두영)이 경기소리 창법으로 부르는 칸소네와 팝송 공연 등 강호의 고수들의 퓨전 콘서트가 흥미를 자아낸다. 또 재즈 아티스트 강태환(알토섹소폰)·박재천(퍼커션)·미연(피아노)과 전통연주자 강은일(해금)·채수정(전라도 씻김굿) 등이 우리 전통 씻김굿을 재즈버전으로 들려주고 한국 락밴드의 이단아 크라잉넛이 기분나면 굿음악을 편곡해 연주한다. 더불어 고주방전통주연구소에서 전통제조법으로 담근 전통주를 맛보고 신점·육효점·타루점 등 신통방통한 쪽집게들에게 운세를 들어보는 재미도 있다.
14일 오후 2시부터 수원 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지는 황해도굿 양식의 ‘운맞이 대동굿’은 굿 애호가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굿’이다. 큰 무당 김매물 만신과 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원 20여명이 7시간 동안 굿을 하기 전에 악을 울려 하늘과 땅에 알림과 동시에 주당 잡귀를 쫓아내 굿청을 깨끗하게 하려는 의식인 ‘신청울림’을 시작으로 신청울림, 세경돌이, 상산맞이, 초부정, 칠성, 영정, 타살, 작두, 열세왕, 뱅인영감, 대감, 뒷풀이 등 황해도굿 12판 전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김매물 만신이 시퍼런 작두날 위를 타고 춤을 추면서 온갖 액을 몰아내고 신으로부터 공수(신의 이야기)를 받는 ‘작두타기’는 이 굿의 고갱이. 굿판에서 정성으로 바친 통돼지는 굿이 벌어지는 동안 가마솥에 삶았다가 굿이 끝나면 굿판에 온 사람들과 나눠 먹으면서 대운을 기원한다.
박흥주(50) 굿연구소 소장은 “우리 굿과 굿음악이 지닌 예술적 측면을 널리 알려 현대 대중음악에 기여할 가능성을 찾아보는 자리이면서 현대인들의 삶의 앙금과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어보는 대동놀이판”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정보는 경기문화재단(www.ggcf.or.kr)과 굿연구소(www.kut.or.kr). (02)2653-5133.
정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