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시즌 드라마’가 자리를 잡게 될까? 문화방송이 30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1시40분에 시즌 드라마를 편성한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 〈24〉처럼 하나의 소재를 연결고리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일정 기간 방영하는 방식이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드라마 〈수사반장〉 〈일단 뛰어〉 등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형식은 있었지만 다양한 작품을 각 6~12회로 짧게 마무리한 뒤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다음 시즌을 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드라마는 미니시리즈의 장점인 연속성과 단막극의 신선함을 접목한 새로운 형식을 내세운다. 첫번째 작품 〈옥션하우스〉(극본 김남경, 진헌수, 권기경, 김미현 연출 손형석, 김대진, 이정효, 강대선)는 경매회사 ‘하이옥션’을 배경으로 펼치는 12가지 이야기다. 요즘 뜨는 직종이라는 광고를 보고 무작정 하이옥션에 지원한 차연수(윤소이)가 매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가며 경매 전문인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위작을 경매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 공백기를 갖고 복귀한 국내 최고의 경매사 오윤재(정찬), ‘하이옥션’의 대표 경매사 민서린(김혜리) 등이 가세해 경매사의 전문성도 선보인다.

〈떨리는 가슴〉 때처럼 다양한 연출자와 작가가 손을 잡고 각 회를 꾸리는 점도 눈에 띈다. 문화방송은 박성수 피디, 이윤정 피디 등이 참여한 특집드라마 〈떨리는 가슴〉으로 실험성을 호평받은 바 있다. 〈옥션하우스〉에는 〈베스트극장〉에서 경험을 쌓은 신인 연출자 네 명과 작가 네 명이 회별로 휴먼, 수사, 멜로, 코믹 등 각자 취향에 맞는 장르를 토해낸다. 〈너네 호영이〉 〈로맨스 파파〉를 연출한 손형석 피디는 “스토리 라인과 소재, 주제 등 큰 줄기를 함께 정한 다음 각 회별로 작가와 피디의 특성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시즌 드라마는 미국, 일본처럼 주 1회 편성으로 시간에 쫓기는 우리나라 제작 환경을 좀더 느슨하게 풀어줄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얼마만큼 시청자 몰이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문화방송은 이 시간대 방영하던 〈베스트극장〉을 비용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한 바 있다. 〈베스트극장〉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제작비를 들인 시즌 드라마 역시 시청률에 따라 폐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또 갈래와 내용을 모두 끌어가기에 적절한 직업군을 찾아야 하는 탓에 제작비 협찬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손 피디는 “수익과 시청률을 장담할 순 없지만 〈베스트극장〉의 실험성과 작품성 못잖은 제대로 된 드라마를 만들겠다”며 제작비 협찬에 대해서는 “방송국 본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라 외주제작과는 다르게 협찬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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