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하얀거탑>, <쩐의 전쟁>, <커피프린스 1호점>…. 2007년 상반기에도 만화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들이 잇따라 성공하자 드라마 제작사들이 원작 판권을 선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원작확보 경쟁의 최전선 장르는 만화이다. 인기만화 원작의 드라마는 흥행 보증수표로 널리 알려졌다. <다모>, <풀하우스> <궁>처럼 “인기만화 원작 드라마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속설에 힘입어 <식객>(허영만) <기생이야기>(김동화) <일지매>(고우영) <오디션>(천계영) <지옥의 링>(이현세) 등의 인기작들도 줄줄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박인권의 <대물>, 강풀의 <순정만화> <타이밍> 등도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허영만, 원수연·박인권·강풀 작가 등은 작품마다 대부분 판권계약이 되어 있거나 진행중이며, 연재를 시작할 때부터 입도선매 제안이 오고간다.

일본만화는 더욱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최고의 인기작인 <꽃보다 남자>와 <노다메 칸타빌레>는 3~4개 제작사가 한국판권을 놓고 경쟁을 벌여왔다. 최근 계약 대상이 좁혀지자 다른 제작사들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두고 다시 경쟁한다는 후문이다. 채널 티브이엔의 김지연 기획프로듀서는 “시제이 미디어가 일본에 에이전시를 두고 원작 확보에 나서는 등 대형 제작사들이 판권 확보에 주력한다”며 “그러나 일본이 최근에는 자국에서 영상화가 되지 않은 만화의 원작은 외국에 영상화 판권을 팔지 않는 추세”라며 원작의 보호장벽이 높아지고 있음을 전했다. 
 
로맨스소설은 드라마 원작확보 경쟁의 최대 수혜 장르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드라마 방영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1만명이 못되는 독자에게 의존했던 로맨스소설이 독자층을 확대하는 기회이다. 제작사로서도 로맨스소설은 <단팥빵> <내이름은 김삼순> <포도밭 그사나이>처럼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저력을 지녀 기대되는 장르다. 로맨스소설 인기작가인 이현수·현고운·진수현 작가들의 열대여섯 편 작품 전부가 이미 판권계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파란미디어 박대일 편집장은 “장르드라마가 대세인지 최근 드라마 제작사들은 독특한 소재를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남장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경찰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 방금 이혼했어요> 등이 빠르게 팔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판권계약이 됐다고 하더라도 소재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사들였던 원작의 앞날은 알 수가 없다. 김지연 프로듀서는 “유명 원작을 먼저 확보할 의도만으로 사들이는 바람에 오히려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며 “몇 년이 지나도 영상화가 안 되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이 시들어버리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올리브나인의 김현주 기획팀장은 “계약된 콘텐츠의 10%도 제작되고 있지 못하다”며 “제작사들은 저렴하고 소소한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오히려 미니시리즈 길이를 넘는 30부작 이상의 대작을 뽑아낼 수 있는 원작을 선호한다”고 했다. 따라서 판권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겠지만 ‘일단 계약하고 보자’에서 벗어나 똘똘한 대작 하나를 골라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시장의 화두는 앞으로 ‘소재 선점’에서 ‘원작 활용’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