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법원이 ‘인혁당 재건위 사건’ 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1975년 법원 판결 등의 불법성을 인정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법원 스스로 판결의 불법성을 인정한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재판장 권택수)는 21일 우홍선·송상진·서도원·하재완·이수병·김용원·도예종·여정남씨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34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희생자 8명한테 10억원씩 △배우자 및 부모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3억5천만∼4억원 △형제들에게는 1억5천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배상액 총액만 245억여원이며, 사형 집행일부터 이날까지 연 5%의 이자를 계산하면 실제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액수는 637억여원에 이른다. 법원은 “시국사건 국가 배상액 중 최고액”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는 국민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할 임무가 있는데도 오히려 국가권력을 이용해 8명을 사회 불순세력으로 몰아 소중한 생명을 빼앗았다”며 “유족들은 30년 남짓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 쪽의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 소멸’ 주장에 대해서도 “유족들이 법원으로부터 과거의 판단이 오판이었음을 인정받기 전에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국가가 구차하게 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8명이 국가권력에 의해 사형당했다”며 중앙정보부 등 수사기관은 물론, 대법원을 포함한 법원 판결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유족들은 선고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가 항소를 포기하기 바라며, 배상금 일부는 고인들을 추모하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통일·인권운동 등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항소 여부는 서울고검과 국정원이 협의하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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