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 한성대 교수)는 1일 △불법 선거개입 의혹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용공조작 의혹 등 3개 분야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미 알려진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수준의 결과를 내놓아 부실한 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사 결과=1987년 강원도에서 경찰서장을 지낸 이아무개씨는 과거사위 조사에서 “87년 13대 대통령선거 때 정부·여당에서 도지사를 통해 정보형사의 통상 활동비 이외에 다른 활동비를 줬다”며 “상부로부터의 이런 선거활동비가 하달되는 것은 전국적 상황이었다”고 진술했다.

또 이승만 정부 때는 경찰이 새벽에 투표함에 미리 여당표를 넣는 ‘올빼미’나, 열 손가락을 모두 사용해 투표인명부에 대리 지장을 찍는 ‘피아노’ 등의 방법으로 부정선거에 개입했고, 1992년까지도 시장과 지방경찰국장이 대책회의를 여는 등 경찰이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전남 동부경찰서 정보과에 근무했던 배아무개씨가 “광주 조선대 학원사찰 지휘통제소(cp)는 학교를 바라볼 수 있는 학교 입구 맨션 503호에 있었다”고 과거사위에서 진술하는 등 경찰이 90년대 중반까지 대학 근처 시설물을 빌려 학원사찰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사위는 경찰이 미성년자에게까지 금품을 주거나 범죄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학원정보 수집을 시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사위의 이번 발표는 대부분 과거 언론보도로 알려진 사실들을 자료 조사나 관계자 진술을 통해 다시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종수 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알고는 있지만 한번 더 확인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이라며 “경찰한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한계=오는 11월 활동을 마무리하는 과거사위는 출범 초기부터 한계가 지적돼 왔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과거사위를 담당하는 경찰이 보안국인데, 극복해야 할 대상이 주체가 돼 처음부터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출범 당시에는 대통령 의지에 기댈 수 있었지만 갈수록 힘이 빠졌다”고 말했다.

애초 과거사위는 조사 대상 사건에 대해 외부기관으로부터 강제로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권한도 없었다. 김기설씨 유서 대필 사건의 경우 검찰이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해 과거사위 발표는 ‘짜맞추기 수사의 정황과 의혹이 있다’는 수준의 반쪽 결론에 그쳤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위원은 “과거 자료가 거의 없어 사람들의 증언이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상임위원들도 자주 바뀌어 일관성이 떨어졌다. 이 위원장은 “교수의 안식년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사퇴한 경우도 있다”며 “조사가 일관성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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