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일 전에 친구 두 명을 만났습니다. 조금 그을린 얼굴과 근육 잡힌 팔이 지난 몇 개월의 시간을 대신 말하고 있었습니다.

-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가 왜 나를 만나고 있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아니 고민을 하고 있기는 한지, 구구절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나를 친구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고 얘기하지도 않았습니다.

-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한 구절을 뺀 나희덕 님의 시를 헌사합니다. 시인의 시를 제멋대로 고쳐 미안하지만, 그의 백이 내게 와서 열을 덜어내었다 한들, 둘을 곱해 더 큰 수가 되었으니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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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여기에 내리고
거기에는 내리지 않는 비
당신은 그렇게 먼 곳에 있습니다
지게도 없이
자기가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
길가의 풀들이나 스치며 걷다 보면
발 끝에 쟁쟁 깨지는 슬픔의 돌멩이 몇개
그것마저 내려놓고 가는 길
오로지 젖지 않는 마음 하나
어느 나무그늘 아래 부려두고 계신가요
여기에 밤새 비 내려
내 마음 시린 줄도 모르고 비에 젖었습니다
젖는 마음과 젖지 않는 마음의 거리
그렇게 먼 곳에서
다만 두 손 비비며 중얼거리는 말
거기 별빛으로 그대 총총 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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