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12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음악은 늘 주변 풍경과 함께, 좀 더 거창하게 말해 시대와 함께 기억된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이효리의 <텐 미닛>이 손바느질한 이등병 계급장에 구겨진 빵모자를 쓰고 들어서던 내무반을 떠올리게 한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가 유난히 햇빛이 창창하던 중학교 등교길을 떠올리게 한다면, 최도은의 <혁명의 투혼>은 어수선했던 동아리방과 저기 종로 한복판을, 피타입의 <돈키호테>는 굉음의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 한때, <7080 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던 것이나, 요즘 <젊음의 행진>이 재방송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겝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모아놓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음악과 전혀 상관없는 연도나 연령대를 제목으로 묶여서 공연되고 있지요. 음악이 한 시대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 시대적 배경이 없는 음악이란 얼마나 심심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 고전음악 혹은 클래식이라면 어떨까요? '클래식'이라는 이름은 꽤나 거리감 느껴지는 장르를 표현하고 있지만, '고전음악'이라고 달리 부른다면 그저 시간적 거리감일 뿐입니다. 어제와 오늘, 인기가수 양파의 <사랑.. 그게 뭔데>를 들었던 누군가가, 지난 주말 <7080 콘서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게 이해하지 못할 취향의 변화가 아니듯, 100여년 전의 고전음악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아주 대단한 시도는 못된다는거죠. 다만, 자신이 살아온 햇수 만큼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도, 그 이상이 좀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함께 기억될 주변 풍경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7080 콘서트> 보다는 <SBS 인기가요>가 더 보고싶은 조카에게 "이 노래가 어떤 노래냐 하면.." 이라며 운을 띄우듯, 금난새 선생님의 <클래식 여행> 시리즈가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드보르작, 스메타나, 말러, 브루크너, 시벨리우스, 그리그, 소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비제, 생상, 스트라빈스키, 바르토크, 무소르그스키, 라흐마니노프까지, 이름 외우기도 만만치 않은 쟁쟁한 옛날 인기스타들은, 다행이 나 아닌 조카에게는 안치환이나 김민기 만큼만 어렵게 느껴질 것입니다.

- 금난새 선생님의 여행 안내는, 읽다보면 음악 대신 음악가의 위인전과 별 다를 바 없었던 여느 책들에서는 반 발자국 비껴 서 있습니다. 이것은 유러시안 필하모닉과 같은 명성높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도, 해설음악회 학교음악회 거리음악회와 같이 "대편성의 교향곡을 마치 자전거 분해하듯 연주하여 청중들이 곡의 구성을 이해하게 하고, 오페라의 명장면을 모아 성악가들의 연기와 해설을 곁들이는" 그간의 선생님의 노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을 따름입니다.

- 잠자코 선생님의 안내를 따라, 100여년 전 유럽의 어느 극장에 앉아 연주자며 관중들의 모습을 아리송하게 지켜보고 있자면, 이내 사진 속의 촌스러운 복장의 아저씨들이 그 곡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소개받게 될 것입니다. 좀 더 관심이 생긴다면, 한 장을 더 넘겨 이들의 어릴 적 모습과 대음악가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마저 살펴보는 것도 좋겠지요. 그리고 곳곳에, 결국 음악가라는 신분을 감추지 못하는 여행 안내자의 연주 후일담이 숨어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 하지만, 여전히 갈증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 아무리 화려한 사진과 삽화를 넣은 설명이라 할지라도, <서편제> 만큼 판소리를 소개할 수 없었고, <왕의 남자> 만큼 남사당을, <아리랑> 만큼 아리랑을 설명할 수 없었듯이, 산업혁명과 제국주의를 모르고 드보르작과 스메타나의 국민음악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미국의 독립 1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모르고 쇼스타코비티와 프로코피에프를 이해하기는 어려울테니까요. 체신 공무원 출신이었던 무소르그스키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음악까지 찾아서 들어야 할 바에야.

- 어떤 음악적 감흥도 설명으로 채울 수는 없을겁니다. 이제 고전음악도, 스스로 시대와 분리해 '클래식 입문서'라는 폼나는 명찰로 자신을 '설명하려' 애쓰기보다는, 자신이 풍미한 시대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요. 시대와 분리된 음악은 너무나 심심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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