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영화에 대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시네마테크(영화 관련 자료실)에서 배웠다.”(장 뤼크 고다르) 1950년대 영화계의 새바람을 일으킨 장 뤼크 고다르 등 프랑스의 거장 감독들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뤼미에르 형제의 무성 영화부터 할리우드 B급 영화까지 섭렵했다.

한국의 영화 팬들에게도 그런 공간이 생긴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시네마테크라고 할 만한 한국영상자료원이 17년 동안 머물렀던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벗어나 상암동의 지상 4층 지하 2층의 3천여평 공간에 새 둥지를 틀었다. 조선희 원장은 “전통적인 필름 아카이브라면 보관소(아래 사진 오른쪽), 박물관, 영화관(오른쪽 위), 자료실(아래 사진 왼쪽) 등 4개 주요 공간을 갖춰 영화를 보관하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 우리 영상원도 비로소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영상자료실은 지난 1일 개방했다.

요즘 고전은 커녕 최근 영화도 흥행작이 아니면 좀처럼 비디오 대여점에서 만나기 어렵다. 방송에서도 교육방송 〈세계의 명화〉 정도가 고전을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 자료원에선 1939년작 〈미몽〉부터 〈미녀는 괴로워〉 등 최신작까지 한국 극영화, 외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1만 편을 공짜로 볼 수 있다. 자료원 쪽은 “서초동 시절엔 한국 극영화 가운데 일부만 구매했는데 앞으로는 국내 출시 디브이디를 모조리 살 계획”이라고 밝혔다. 15인치 볼록 화면은 26인치 평면으로 바뀌었다. 3명 이상 그룹이 미리 신청만 하면 공짜로 63인치 피디피 화면과 5.1채널 스피커를 갖춘 감상실을 내준다. 영화 관련 잡지, 논문들도 빼곡하다. 지금은 여기까지지만 11월부터는 자료실에 있는 컴퓨터로 한국 영화 1천 편, 오에스티(3500곡), 시나리오나 평전을 내려받을 수 있다.

서초동 시절에도 110석 영화관이 있었지만 장소도 좁고 프로그래머도 1명뿐이라 주로 한국 고전 영화만 틀었다. 누가 볼까 싶지만 이만희 감독 특별전 등을 할 때는 꽉꽉 들어찬다. 상암동엔 복합상영관 수준으로 꾸민 312석, 150석 규모의 영화관 두 개와 스크린을 설치한 세미나실을 뒀다. 조준형 혁신기획팀장은 “한국에 잘 소개되지 않은 외국 영화, 예술영화, 독립영화까지 폭을 넓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강좌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아카이브와 연계해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영화들도 상영할 계획이다. 내년 4월 영화관 정식 개관에 앞서 지난 1일부터는 영화 관련 단체 등에 대관하고 있다.

서초동 시절엔 없던 박물관도 4월에 문을 연다. 1층에 300평 규모로 마련되는데, 영화 특수효과 체험관이나 한국 영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화의 거리’ 등이 들어선다. 박물관 부대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용 영화 아카데미도 운영할 계획이다. 조 팀장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고 촬영 실습도 할 수 있게 해 영상 언어와 친해질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름 저장 창고도 둘로 늘었고 내부 온도를 최적의 상태인 5℃로 맞췄다. 여기서 1만6000편을 소장한다. 규모와 시설 모두 껑충 뛰었지만 아직도 외국에 비해선 열악한 편이다. 중국 영상자료원은 2만5000편, 프랑스 국립영상자료원은 11만여 편, 일본은 2만여 편을 보관하고 있다. koreafilm.or.kr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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