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논란이 되면서 새삼 언론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방안에 반대하는 언론들의 보도행태를 두고 “비양심적 태도”라고 날을 세웠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들을 보면 “특권을 누려온 기자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이 드러난다. 언론은 과연 우리 사회에 어떤 존재일까?
교육방송이 지난 28일부터 1일까지 매일 한 편씩 잇따라 방송하고 있는 〈다큐 10〉 ‘뉴스 전쟁’ 시리즈(사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법도 하다.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언론의 위상을 집중 조명한 다큐멘터리 5부작이다. 여기서 ‘전쟁’은 언론사끼리의 특종 싸움을 뜻하는 게 아니다. 한때 이상적인 영웅으로 그려지기까지 했던
전통적 의미의 언론인들이 맞닥뜨리게 된 새로운 적들과의 싸움을 뜻한다.
적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언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오히려 교묘하게 언론을 통제하려는 정부,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언론사 경영에도 도입되고 있는 시장 원리, 뉴스 소비 패턴을 완전히 뒤바꿔버린 새로운 매체 인터넷이 바로 그들이다.
1부 ‘언론 대 정부’ 편에서는 ‘리크게이트 사건’을 통해 정부와 언론의 싸움을 다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정보요원의 기밀정보를 고위 관료가 의도적으로 일부 언론에 흘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발설자를 밝히기 위해 특별검사까지 임명됐다. 기자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뉴욕 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증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마저 벌어졌다. 방송은 언론과 정부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지형도와 갈등을 생생한 인터뷰로 재구성했다.
2부 ‘언론 대 안보’ 편은 흔히 ‘국가 안보’로 대변되는 국익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언론인을 집중 조명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국이 테러 용의자 감시를 이유로 법원 승인 없이 미국 내 모든 전화통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기자들은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정부의 거침없는 질주에 제동을 걸고 국민 스스로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3부 ‘언론 대 인터넷’ 편과 4부 ‘언론 대 시장’ 편에서는 새로운 매체 인터넷의 위력과 무한경쟁 시장의 압력 속에서 이중고를 겪는 언론계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1일 방송되는 5부 ‘언론 대 이념’ 편에서는 〈알 자지라〉의 성공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아랍 방송매체들과 여전히 언론인이 국가 폭력 앞에서 위협당하고 있는 러시아 등의 현실 조명을 통해 ‘과연 중립적인 언론이 가능한가’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