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신도 사람도 흥겨운 마을굿 잇고자”
‘호남 마을굿’ 답사해 민속문화지도 만드는 나경수 교수

광주 일곡지구 한 식당에서 전남대 나경수(국어교육학과) 교수의 초청으로 지난달 30일 저녁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함평군 마을굿〉(민속원 냄)과 〈호남의 몸주 천도굿〉(〃) 등 민속문화의 전통이 2권의 책으로 나온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연구팀은 2005~2007년 호남 마을굿을 모두 조사해 앞으로 5년동안 20권 이상의 〈호남 마을굿〉 총서를 준비하고 있다.

나 교수는 “마을굿은 축제였다”고 설명했다. 부여(영고), 고구려(동맹), 동예(무천)의 국가적 행사처럼, 마을굿도 남녀가 음주가무를 즐겼던 페스티벌이었다는 것이다. 경기 일원의 도당굿, 강원도의 성황굿, 경상도의 골맥이제, 전라도와 경남 일원의 당산제 등이 마을굿 범주에 든다. 나 교수는 “마을굿은 신을 즐겁게하는 의식이자 사람들이 스스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던 놀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촌이 노쇠해가는 탓에 마을굿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나 교수 연구팀은 국내 민속학계에서 처음으로 마을굿을 전수조사한 뒤 지도에 표기해 ‘민속문화지도’를 그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굿 연행 현장을 일일히 찾아가 촬영하고 위도와 경도를 표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민속을 지도상에 올려 등속선(等俗線)을 얻게 되면 민속문화의 분포와 경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사방천지에 굿(구경거리)이 깔려있는 현대에 마을굿은 어떤 의미일까? 나 교수는 “마을굿엔 참여와 체험을 통해 공동체를 통합시키는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례식장에서 굿의 원형 가운데 씻김-길닦음-고풀이 등 정수만을 뽑아 연행하는 것도 창조적 계승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또 “도시에서 학교굿, 직장굿, 공장굿, 아파트 단지굿으로 마을굿을 확장시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전남 벌교 대포리 등 대표적 마을굿의 원형을 보존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