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노동절주간 ‘노동현실과 미래’ 조명
교육방송·문화방송 특집…세계화 속 열악한 일터·고령화시대 문제 다뤄
교육방송과 문화방송이 노동절 주간을 맞아 노동의 미래를 통해 우리 사회공동체가 겪게 될 앞날을 비춰보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다. 교육방송 〈다큐10〉은 1일에 이어 2일 밤 9시50분에 〈빈곤의 늪, 저임금〉을 방송한다. 시급 11달러의 임금으로 아이 셋과 손주들까지 부양해야 하는 미국인 진, 시급 8달러25센트로 다섯 아이를 키우는 바브라, 11달러 임금을 9년 동안 저축해서 다른 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꿈을 이룬 제리. ‘아메리칸 드림의 세계화’ 시대에 저임금과 빈곤의 악순환에 발목을 잡힌 미국인 노동자들의 현실을 그렸다. 3일 〈팔려가는 아이들〉(영국 BBC 제작)에서는 성매매와 노동력 착취를 위해 짐승처럼 팔려 다니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어린이들의 실태를 추적한다.
〈빈곤의 늪, 저임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 이후 노동환경이나 기회가 개선되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오히려 양극화와 빈곤문제가 확대되는 암울한 미국의 현실이 전세계의 미래가 되리라는 예견을 불러일으킨다. 프로그램은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에서 아무리 일을 해도 최소한의 생활수준도 얻기 어려운 근로빈곤층이 늘어나고 있는 문제를 조망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3000만 노동자가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직에 붙들려 있는 상황이다. 2005년 기준으로 상위 1%의 고소득층이 전체 국가 수입의 19%를 벌어들이며,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가치는 30% 추락하는 등 상위와 하위 20% 간의 연간수입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빈곤층은 매년 100만명 가까이 늘어 미국인 8명 중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파이를 키우면 개인의 몫도 커진다던 장담들은 어디로 갔을까? 자격증을 따고, 학위를 받고, 좋은 조건의 결혼상대자를 찾아 헤매도 좀처럼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속 미국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문화방송은 노동력 고령화 문제를 다룬 〈평생일자리 프로젝트-새로운 시작〉(오후 3시10분 방송·오른쪽 사진)을 내보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30년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나이는 48살에 이르고, 100년 뒤엔 인구의 3분의 1이 줄어든다고 한다. 사회적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하고, 고령자 개인으로서는 일자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현실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프로그램은 고령화 문제를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에 비유하며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따른 노동문제를 대비하자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도 대다수 노동자들은 직장에서 퇴직한 뒤 평균 14년 정도를 새로운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지만 고령자가 통과할 수 있는 고용의 문은 매우 좁다. 고령 노동자를 훈련하고 재고용하는 정책뿐 아니라 정년을 80살까지 늘린 몇몇 기업들의 혁신적인 조처가 미래지향적으로 보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