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한글’ ‘오피스’ 깔지않고 온라인서 돈내고 쓴다
소비자용 주문형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술 등장

음악이나 영화처럼 ‘아래아한글’이나 ‘오피스’ 같은 소프트웨어도 인터넷으로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게 상용화할 경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방법과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서비스연구팀(팀장 최완)은 케이티·코스모·모스텍·한국아이티렌탈협회와 공동으로 주문형 소프트웨어(SOD)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주는 ‘포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기술은 2004년부터 3년 동안 113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동시 사용자 5천명을 대상으로 실용화 시험까지 마쳤다. 최 팀장은 “올해부터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지역정보접근센터, 우체국 인터넷플라자, 정보화시범마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란?=우리나라의 인터넷 통신망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가정과 조그만 상점, 심지어 여관방에까지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돼 있다. 인터넷 통신망의 광대역화 추세에 따라 인터넷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미 데이터를 초당 1억비트 이상 속도로 전송하는 회선이 일반 가정에도 깔리고 있다. 와이브로(휴대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속 60㎞ 이상 속도로 달리면서도 초당 100만비트 이상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등 무선 인터넷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 통신망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터넷으로 음악을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재생해 듣고(주문형 음악),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등장해, 이용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머지않아 온라인 음악 및 영화 이용자가, 음반을 사서 음악을 듣고, 디브이디나 비디오테이프를 사거나 빌려 영화를 보는 이용자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온라인 상태에서 바로 실행해 사용하게 한다. 소프트웨어를 하드디스크에 깔아놓고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 서버(컴퓨터)에서 불러 사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문서를 만들고 싶으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업체 서버에 접속한 뒤 ‘아래아한글’이나 ‘싱크프리오피스’를 실행시켜 사용하면 된다. 문서 작업이 끝나면, 문서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저장한 뒤 문서편집기 창을 닫으면 된다. 최 팀장은 “시험 결과, 초당 1억비트 이상의 속도를 내는 인터넷을 이용하면, 하드디스크에서 불러올 때와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은 그동안에도 직접 짠 업무용 프로그램 등 일부 소프트웨어에 대해 주문형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왔다. 사내통신망은 가정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보다 빠르고 안정성도 높아 가능했다. 용량이 작은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가상사설망을 통해 공중 인터넷으로 확대 적용한 사례도 있다. 포바 기술은 이를 확대해, 일반 가정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나,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과 같은 무선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도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어떤 변화 오나?=포바 기술의 상용화로 일반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들도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소프트웨어 사용 및 유통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목돈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 없이 월 이용료를 내면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가 새로 나올 때마다 사다 컴퓨터에 까는 불편이 준다.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가 새것으로 바꿔놓은 것을 그냥 사용하면 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쪽에서는 소프트웨어를 복제해 사용하는 행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경우에는 유통망을 갖지 않고도 판로를 열 수 있다.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라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질 수 있다. 케이티는 신사업의 한 축으로 잡은 ‘솔루션 서비스’에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포함시켜 상용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시장을 장악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케이티 같은 대형 주문형 소프트웨어 서비스 업체와 손잡고 시장장악력을 더 키우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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