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이주노동자방송 꿋꿋한 두해살이
재정·신분불안 속 제작 열정…독자채널·지상파 방영 꿈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된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이 지난 16일로 방송 두돌을 맞았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는 약 40만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이 미등록 상태로 불법체류자들이다. 대부분 신분 불안과 인권 침해, 인종 차별 등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들을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걸어가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위성케이블채널 시민방송(RTV)에서 방송되는 〈이주노동자 세상〉, 〈다국어 이주노동자 뉴스〉 프로그램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그동안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이주노동자 장애인의 재활문제, 강제추방된 이주노동자 현지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2년 동안 별 탈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지만 이들에겐 말 못할 고충이 많다. 상근자 4명과 회원 30명이 힘을 모아 한달에 총 220분(3회분)을 만드는데 정부로부터 고작 월 31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상근자의 생계비, 촬영과 편집 비용 등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정적 부분도 버겁지만 불안한 신분 또한 큰 걸림돌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자원활동가 중에 강제 추방을 당한 이도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방송물 제작과 더불어 지난해 10월에는 처음으로 이주노동자영화제를 열었다.

더 나아가서는 독자적인 채널을 가진 방송채널사업자(PP)로 커나가는 게 목표다. 현재 시민방송의 시간을 일부 할당받아 송출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서다. 하지만 독자적인 채널을 운영하려면 방송 장비와 인력 확보, 프로그램 수급 등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선은 그들이 제작한 프로그램이 지상파 방송에서 전파를 탈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방송 미누(36·네팔) 공동대표는 “기존 미디어 프로그램에서는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기보다는 불쌍한 사람, 범법자로만 그린다”며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꿔나가면서 이주노동자의 다양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알리고 직접 참여하는 장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 이주노동자세상 : http://rtv.or.kr/CB8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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