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
<영랑시선> (정음사, 1949)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잦아지다 휘몰아 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덕터―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가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치

* 만갑: 조선 시대의 이름난 명창 송만갑(1865-1939)을 뜻함.
* 연창: 창을 펼치다.
* 컨덕터: 관현악단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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