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스타 개그맨들이 소속된 기획사들이 방송사에 코미디를 비롯한 오락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하는 외주 제작사로 성장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그 프로 외주제작 원년 될까? = 가장 발빠른 곳은 개그 그룹 컬투의 정찬우·김태균이 이끄는 컬트미디어다. 컬트미디어는 연예매니지먼트사 젤리박스와 피디 3명, 조연출 2명으로 구성된 콘텐츠 제작팀을 꾸려 코미디 프로그램 <킹 오브 꽁트>(가제)를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상반기중에 에스비에스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시험 제작되는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정규방송으로 편성된다면 지상파에서 개그맨들이 제작·공급하는 최초의 개그 프로그램이 된다.

지난달 2일 강호동·박경림 등이 소속된 팬텀엔터테인먼트그룹이 신동엽· 유재석·김용만 등의 디와이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예능 분야에서는 사상 최대 연예전문기획사가 만들어졌다. 예능 분야의 스타들을 독식하다시피 하고 <헤이헤이헤이2> <황금어장> 등의 제작에도 참여한 두 회사의 합병으로 오락 프로그램 제작 환경에 한바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 코미디·개그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이 없다시피 했고, 쇼·오락 분야에서도 투자나 기획의 일부만을 담당하는 부분적인 외주 제작에 그쳤다. 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팬텀엔터테인먼트 쪽은 방송사에서 편성만 해주면 코미디든, 쇼·오락이든 제작할 수 있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디와이엔터테인먼트 김일중 이사는 “진행 기획 연출 섭외를 도맡는 100% 외주 제작을 전제로 지상파와 활발히 오락프로그램 계약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이르면 올가을 개편에서 편성을 따내 국내 처음으로 예능프로그램을 완전히 외주 제작하는 형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팬텀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자극받아 최근 다른 개그맨 기획사들도 제작사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개그맨기획사·케이블채널 잇단 공동제작=이들 개그맨 기획사들은 케이블티브이와 손잡고 최근 잇따라 토크쇼 등 오락 프로 제작에 나서고 있다. 연예오락채널 <와이티엔스타>의 권의정 편성국장은 “조형기 박미선 이영자 등을 영입한 싸이더스아이에이치큐와 오락 프로 공동제작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케이블채널들로선 토크쇼 <서세원의 생쇼>, (박미선의) <불량주부>처럼 개그맨이 제작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질수록 지상파 위주의 스타시스템이 분할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프로그램 제작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려는 개그맨 기획사는 케이블 티브이에서 제작경험을 쌓는다. 많은 예산과 경험이 필요한 지상파 코미디에 당장 뛰어들기 어려운 처지에서 기획사는 우선 케이블의 다양한 틈새 장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김준호 김대희 장동민 유세윤 등이 소속된 와이케이패밀리는 <코미디티브이>에서 리얼리티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프로 <기막힌 외출>의 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와이케이 패밀리 양시헌 사장은 “<기막힌 외출>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시험 단계”라며 “피디 영입, 자급력 확보 등 제작 역량을 쌓은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버라이어티쇼 등 예능 프로 제작에 뛰어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인·김태현·김신영 등이 소속된 개그스테이션은 작가 피디 등 30명의 제작 인력을 보유하고, 위성디엠비(DMB) 라디오에서 <김경민의 이제는 제발 떠야 한다> 등 프로그램을 9개나 제작하고 있다. 인하우스엔터테인먼트는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의 ‘박장대소’ 코너와 엠넷 <뻔뻔개그쇼>를 제작했다.

스타보다는 기획력 필요=연예기획사들은 기획(매니지먼트)과 제작을 분리한 미국식보다는 700명의 연예인을 거느리고 자체 스튜디오까지 갖춘 일본 요시모토사 모델이 우리 현실에 더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들은 아직 오락 프로그램은 방송3사의 색깔을 보여주는 장르이므로 기획과 연출의 전통이 중요한 오락 프로그램을 당장은 외주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영근 문화방송 예능국장은 간판 프로그램인 <무한도전> 외주설에 대해 “<무한도전>은 물론 신설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올해는 외주 제작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기획력과 아이디어를 보여주지 않으면 일회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방송 예능국의 한 피디는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외주 제작을 고려한다면, 아이디어 없는 스타 위주의 프로그램이 남발할 수 있다”며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간접광고나 선정성 문제가 넘쳐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주 허윤희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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