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복궁에 다녀왔습니다. 얼마 전 서울의 5대 궁궐을 돌아보겠노라고 다짐하고는, 첫 발걸음이었습니다. 사진기를 빌리는 것 부터 시작해서, 우중충한 날씨에 스물일곱 백수와 함께 고궁을 거닐 친구를 찾는 것도 예사 어려움이 아니었으니, 제법 괜찮은 발걸음이었습니다.

-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늦게 출발하고 너무 일찍 떠나는 바람에, 안내 표지판도 느긋하게 훑어보지 못하고 한번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다는 점과, 볼거리 많은 민속박물관 마감 시간에 걸렸다는 것인데요, 4월이 되면 좀 더 여유가 날 터이니 한번 더 발걸음 해야겠습니다.



- 근정전입니다. 신하들이 무릎 꿇고 앉아있을 장면을 상상해봤는데, 찬 기운이 도는 바닥이며 높은 임금의 단상 때문에, 어전회의가 꽤나 불편했을 것 같더군요.



- 근정전을 나서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둘러봐야 할지가 걱정이었습니다. 매표소에서 안내 팸플릿이라도 한 장 들고올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라, 일단 근정전을 시작으로 끝까지 올라가 북문을 본 후, 양쪽을 훑으며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 근정전의 후문이기도 한 사정문. 일전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 어전회의에 참석하기 전, 생각을 가다듬는다는 의미에서 '사정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던 기억이 얼핏 났습니다.



- 여긴 소회의실 정도 되려나요. 근정전 보다는 신하들의 고초가 조금 덜 했을 것 같습니다.



- 모르는 한자입니다. 임금의 숙소 입구였던 것 같아요.





- 사방으로 나 있는 문이 인상적입니다. 열려있으면서도 닫혀있는 공간, 일상적인 주거공간 과는 아주 다른 느낌입니다.



- 대부분의 건물 하단에 이와 같은 시설이 있는데,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궁이라고 합니다. 아궁이 아닌 것 같은데.



- 작고 아담한 출입문이 줄곧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것이야 말로, 아궁이로 들어가는 문이 아닐까요. 문을 개방해두었더라면 좋았을텐데.



- 부러 저렇게 지은 것인지, 양쪽 복도의 높이 차이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 기단으로 부터 널찍히 떨어뜨려 집을 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 줄곧 보아왔던 문과는 다소 달리보이는 문이었습니다.



- 문 옆에 방을 냈다는 것도 그렇지만, 어김 없이 마루와 오름돌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기자기합니다.





- 흔치 않은 정사각형의 건물입니다. 옆으로 돌아가면, 위에서 보이는 것 처럼, 마루를 내어 넉넉한 느낌을 줍니다. 아름답군요.



- 문이 여럿 나있는 담벽입니다. 담벽에 만들어 둔 공간을 무엇에 쓰였을지 궁금합니다. 안내원이라도 있었으면 할 정도로 궁금함 투성이었어요.



- 조신하게 걸어야 될 것 같은, 아름다운 복도입니다.



- 아기자기함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곳입니다. 두 걸음 간격으로 작은 문이 나있죠.



- 북문까지 갔다가 왼쪽으로 돌아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멀리 경복궁의 서문이 보이는군요. 제법 좋아보이는 사진기를 들고 다니던 중년의 아저씨들을 계속 마주쳤습니다. 함께 사진을 찍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뒤로 하며 근처 대포집에서 소주 한 잔 하실 아저씨들의 모습이 참 훈훈하고 부럽습니다.





- 공간을 만들어 둔 담벽이 있는가 하면, 한 쪽을 완전히 틔워둔 담벽도 있었습니다. 계단은 왜 옆으로 나있는걸까요.



- 궁궐의 왼편을 돌아 다시 근정전에 도착했습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맑지 못한 하늘이나마 담아갑니다.



- 이제 반대편으로 돌아서면 경회루를 볼 수 있습니다. 연희와 뱃놀이를 즐겼던 곳이라고 하는데요, 참 운치가 넘치는 곳입니다.



- 아쉽게도 경회루로 향하는 문은 닫혀있었습니다. 경회루를 지나 다시 북문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닫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는데요, 문득 <마지막 황제>에서 푸이 황제가 자금성 정문을 향해 달려가던 그 곳이 떠올랐습니다.



- 담벽에도 공간을 내다보니, 불가피하게 이런 문도 나오는군요.



- 연못도 아닌 것 같고, 안압지 처럼 호사스러운 연희를 즐기기에는 너무 구석진 곳이었습니다.



- 함화당 집경당은 한참 복원 공사중이었습니다. 흥선대원군이 머물렀다던 이곳은 내후년이나 볼 수 있겠군요. 언제 소실된 것일까요?



- 복원 공사 울타리에 걸려있는 발굴현장 사진입니다.



-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가 흥선대원군을 비해 북문 가까이 건물을 내면서 사이에 만든 연못입니다. 이름을 외워둘걸 그랬습니다. 팔각정과 다리가 아름답지요. 봄에는 더욱 장관일겝니다. 이곳에 배를 띄워두고 방문한 이들도 탈 수 있게 한다면 참 좋을텐데요. 왜 보기만 해야하죠.



- 고종 황제와 명성황후의 궐도 공사중이었습니다. 소실되고 남은 담벽과 울타리에 걸린 담벽 그림, 웃어버렸습니다.







- 공사 중인 궐 오른편에 서있습니다. 청나라를 비롯해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거나, 고종 황제의 개인 책방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경복궁 내에서 유일하게 청나라 풍을 하고 있는데, 양쪽으로 모두 복도가 나있습니다. 궐 뒷편에는 경복궁의 북문이 지나칠만치 바짝 붙어있습니다.

- 여기까지 둘러보고 반대편 끝에 세워진 민속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꼼꼼하지는 못했지만, 한 바퀴 제대로 둘러본 셈입니다. 어서 두 개의 궐이 마저 복원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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