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문화방송 라이브음악프로그램 <김동률의 포유>가 지난 6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05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뒤 1년4개월 남짓 만이다.

<…포유>는 그간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 지휘자 정명훈, 13세 영국가수 조셉 맥머너스 등 국내외 실력 있는 음악인들을 초대해 재즈, 클래식, 포크를 망라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늦은 밤 시간대 편성되어 시청률은 낮았지만 수준 높은 무대는 호평 받았다. 김엽 피디는 “기획하면서부터 지상파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아쉽지만,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마지막 방송 소감을 말했다. 이흥우 피디는 “수개월에 걸친 섭외 끝에 한국 포크계의 거장 한대수 선생님을 10년 만에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모셨는데, 그것이 마지막 방송이 될 줄은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포유>의 폐지는 사실상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경제원리에 입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넘어, 공공연하게 나돌던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의 위기에 불을 지피는 부싯돌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방송사들이 비용 대비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시트콤도 축소했는데, 음악프로그램이 그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은 케이블 음악전문채널, 인터넷, 모바일 등의 영향으로 구실이 줄어들었지만, 종합편성을 하는 지상파의 특성상 위태롭게나마 자리를 유지해 온 게 사실이다. 에스비에스 <음악공간>을 연출하는 심성민 피디는 “경쟁 프로그램이었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며 “공영방송인 문화방송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는데 우리 프로그램도 같은 상황이 닥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방영하는 한국방송 예능2팀의 전진국 팀장도 “좋은 평가를 받았던 <…포유>의 폐지가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놓인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된다”면서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이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힘의 균형이 케이블이나 다른 매체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피디들도 차별성 있는 상차림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음악공간>은 같은 라이브프로그램이지만 <…러브레터>나 <…포유>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전신인 <뮤직웨이브> 때부터 출연가수들에게 다른 가수의 노래를 편곡해 부를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심성민 피디는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노래를 충분히 부른 가수가 우리 프로그램에서조차 같은 노래를 부른다면 의미가 없다”며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성그룹 ‘씨야’에게 ‘에스이에스’의 발랄한 노래 <너를 사랑해>를 부르게 하는 등 가수들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려고 한다”고 했다.

전진국 팀장은 “시청자 기호나 정서의 변화를 따르지 못하면 외면을 받기 쉽기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도 폐지가 아닌 지상파만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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