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허미경 기자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 신문 대기업이 방송영역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계열사 소속 케이블 채널의 시사 성격을 강화하고 있고, <조선일보>는 지상파 지역민방과 제휴해 콘텐츠 공급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이 신문·방송 겸업으로 가려는 ‘땅 다지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대주주인 중앙방송은 보유 4개 케이블채널 중 하나인 다큐채널 <큐채널>을 종합교양채널로 재단장하고 이 채널의 시사 성격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큐채널>은 <시엔엔> <비비시> <엔에치케이> 등과의 제휴를 통해 이들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특히 <큐채널>은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시엔엔>의 간판 시사뉴스 토크 프로인 <래리 킹 라이브>와 연예뉴스쇼 <쇼비즈 투나잇>을 지난달부터 방영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인쇄매체-중앙방송-인터넷을 아우르는 복합미디어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특히 <큐채널>의 <래리 킹 라이브> 방영은 방송법 규제를 편법으로 회피하는 듯한 인상도 있다. 종합교양채널인 <큐채널>이 비록 외국 것을 재전송하는 형태라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보도 프로그램 성격이 강한 <래리 킹 라이브>를 방영하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은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보도전문 및 종합편성채널의 소유를 금지하고 있고, 뉴스채널로 승인받은 채널 외에는 케이블방송에서 보도 프로 편성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보도 프로는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관한 시사적인 보도·논평으로 정의된다. 보도채널의 큰 여론 영향력을 감안해 특정 사업자에 여론 지배력 집중을 막고자 한 방송법 취지 때문이다. 더욱이 케이블채널이 주편성분야 외의 부편성분야를 편성할 경우에도 보도는 할 수 없도록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상태다.

방송위원회 김양하 심의2부장은 6일 “<래리 킹 라이브>의 경우 아이템별로 보도 프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말부터 4주 동안 <대구방송>과 <케이엔엔>(KNN) 등 지상파 지역민방과 제휴해 시사다큐멘터리(‘아워 아시아’)를 제작해 이들 민방과 조선일보, 인터넷 조선닷컴을 통해 내보내기 시작했다. 방상훈 사장은 이를 두고 5일 창간기념사에서 “뉴스 시장 1등으로 가기 위한 새 사업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조선은 관계사인 <스포츠조선>이 최대주주인 <디지틀조선일보>를 통해 <비즈니스엔>이란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신문 대자본의 움직임은 한나라당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관심을 끈다. 한나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신문·방송 겸영을 아예 허용하는 내용으로 신문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가, 실제 추진은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김승수 교수(전북대·신문방송)는 “1960년대 삼성그룹이 신문(중앙일보)과 방송(동양방송)을 다 가짐으로써 여론 조작 등 폐해가 컸다”며 “전국 일간지의 전국 방송 소유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금지돼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잖아도 조중동 등 3개 신문재벌의 여론 독점 현상이 있는데, 이들이 방송까지 갖게 된다면 여론의 다양성이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인 신태섭 교수(동의대·신문방송학)도 “중앙일보의 경우 보도채널을 뚫으면 신문의 뉴스 기능을 시너지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유사하게라도 일단 발을 밀어넣고 있는 것 같다”며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문시장 독과점 약화와 불공정 거래의 정상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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