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 - [할인행사]
뤽 베송 감독, 대니 드비토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 중세의 유럽, 100년 넘게 지속되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프랑스 군대를 이끌었던 19세의 소녀, 잔 다르크. 그녀는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 당하지만, 500여 년이 지난 1920년, 성녀로 추앙받게 됩니다. 그 동안 그녀에 대한 영화가 꽤 많이 제작된 모양입니다. 저는 가장 최근에 나온 뤽 베송 감독의 것을 보았습니다.

- 그 동안 제작되었던 영화들은, 대부분 백년전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복원하거나 잔 다르크의 비극적 죽음을 다루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뤽 베송 감독은 잔 다르크의 삶 전체를 이끌었던 '신의 계시' 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잔 다르크가 신의 계시를 받는 몽환적 장면의 연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영국 군대에 체포된 이후의 잔 다르크가 감옥 안에서 자신의 자아와 갈등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녀는 구체적이지 않았던 신의 계시, 백년전쟁에서 가족을 잃어버린 복수심, 처참한 전쟁에서의 살육, 등 으로 인해 심하게 갈등하다가, 결국 화형 직전에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 신의 계시 만큼이나 그녀를 화형시킨 종교재판 역시, 재판 과정에서 일어나는 왕과 종교와의 이해관계가 구체적이고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종교재판은 중세를 '암흑' 으로 비유하는데에 곧잘 쓰입니다만, 중세의 종교재판을 바라볼 때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대부분의) 현대 사회 시각으로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종교가 정치 위에 군림한 형태로 중세를 바라볼 수 있겠지만, 중세에는 종교와 정치의 구분 자체도 어려울 뿐 더러 오히려 종교가 한 사회의 규칙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교재판을 단순히 종교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그것은 근대의 시작과 함께 잊혀져야 할 끔찍한 과거에 불과하겠지만, 사회 규칙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현재성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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