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공] 진보쪽 비판에 귀 기울기지도 않더니…
[방] 더 신자유의적 집단엔 왜 너그럽나
 
이지은 기자 이창곤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을 계기로 반론과 재반론 등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진보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20일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과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진보진영 비판 대열에 합류했으며,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민웅 성공회대 외래 교수가 노 대통령의 인식을 반박했다. 편집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노동시장 유연성이 진보 유연성 아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0일 인터넷에 올린 ‘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에서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로 자처함으로써 낡은 기득권을 연장하는 게임에 뛰어들었다”며 “이런 논쟁에 참가하지 마시라”고 촉구했다. 진보학계의 논쟁은 노무현 정부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서 시작됐는데, 노 대통령이 “참여정부는 실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부터 잘못이라는 것이다.

노 의원은 비정규직 확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 구체적 정책을 들어, 자신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노 대통령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 의원은 “노 대통령은 양극화가 과거 정부 때부터 심화해 왔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국민들은 (노무현 정부가) 양극화를 속시원히 줄이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그것을 더 벌여놓는 정책을 추진한 것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이 전체 취업자의 6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가 없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방치했기 때문”이라며 “(진보 진영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것도 개방 자체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무분별한 개방이 사회 양극화를 결정적으로 심화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특히 노 대통령이 스스로를 ‘유연한 진보’라고 말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 의원은 “진보도 유연해야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의 유연성은 아니다. 이를 받아들이면서 유연한 진보라고 자처한다면,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열사에 비해 (친일파인) 최남선이나 이광수가 ‘유연한 민족주의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쏘아붙였다.

노 의원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과 진보 진영의 인식 차이가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간의 인식 차이다. 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바란다”며 ‘국민들을 가르치겠다는 자세’를 버리라고 말했다.

김민웅 성공회대 외래교수,“진보적 가치 왜곡…정치적 실패 정당성 부여”

김민웅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인터넷 매체인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현실적 조건으로 인한 제약 때문에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과, 이러한 진보적 가치와는 어울릴 수 없는 가치를 진보의 내용 속에 동일한 종류처럼 섞어버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며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권은 진보의 가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왜곡시킨 책임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진보적 가치의 내용을 왜곡해 가면서까지 그 실현을 이루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실패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논리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보의 가치에 대한 모독이자 역사의 진행방향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초기부터 자신에게 가해지는 진보진영의 비판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달라져야 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 그 진보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자신은 유연하고 남들은 교조라고 하는 생각도 이에 포함된다”고 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관념적 좌파와 결별을…특정학자 아닌 담론 비판”

“진보 진영만 사는 나라냐”는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진영 비판에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과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가세했다.

김창호 처장은 20일 국무회의 브리핑 뒤 “머릿속에 있는 말 좀 하겠다”며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작심한듯 진보진영을 비판했다. 그는 먼저 “진보세력도 일부 관념적인 좌파이론으로부터 결별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진보세력도 일부 관념적 좌파와 결별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진보가 성립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말했다.

김 처장은 또 “진보의 핵심은 유연성에 있는데 유연성을 상실한 진보의 경우는 진보로서의 자기 가치를 실현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말에는 담론 유형에 대한 비판이지 특정학자에 대한 비판으로 보면 대통령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이어“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 양극화라고 비판하는데 더 신자유주의적이고 더 양극화인 한 사회집단에 대해서는 너무 너그럽지 않으냐. 그런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며“(진보세력이) 참여정부 쪽에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면서 더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세력에 대해서는 너그럽거나 심지어 옹호하는 태도 가지고 있다. 이 모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고 반문했다. 그는 “진보의 위기는 철저한 자기혁신의 부재”라고 진단을 내린 뒤에 “일부 관념 좌파, 살롱 좌파는 안 된다. 유연한 진보로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와 대통령 지지도는 별개”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참여정부 실패, 정당한 평가입니까’란 제목의 <오마이뉴스> 기고에서 이번 논쟁의 발단을 연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직접 겨냥했다. 최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노무현 정부는 민주정부로서 실패했다”며 “정부가 실패하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면 교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나라당이라고 안 되고 하는 그런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에게 전하는 공개편지 형태로 쓴 이 기고에서 조 교수는 “참여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국민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며 “낮은 지지도만으로 참여정부가 실패했다고 하는 주장은 전형적인 개체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최 교수를 꼬집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와 실패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양극화 때문에 참여정부가 민주정부로서 실패했다면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가장 양극화가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렇다면 미국은 민주주의로서 가장 실패한 나라냐”고 물었다. 조 교수는 또 “대통령이 재정문제를 어떻게 할지 토론해 보자고 하니까 언론은 ‘세금인상’이라고 보도해 버렸다. 그때 진보학자들은 양극화를 해결할 대안과 방법을 내놓으며 공론의 장을 살리기 위해 어떤 기여를 하셨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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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07-02-2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회찬 씨는 여전히 '촌철살인'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자는 못된다고 보여집니다.
김창호 처장의 발언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결별하라'는 요청은 분명한데, 누구와 결별하라는 것인지 - '관념적 좌파' - 두루뭉실합니다. 게다가, '너그럽다'는 감정이고, '이율배반'은 논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