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조기원 기자)

온가족 ‘도드리’ 장단 맞춰 어깨춤 덩실
설 연휴 국립국악원서 상설공연

어머니와 함께 ‘공연 나들이’를 간다는 것은 조금은 난감한 일이다. 우아한 오케스트라 공연은 폼이 날지 모르나, 클래식 음악에 취미가 없으시면 마냥 졸리울 수 있다. 그렇다고 신파극을 보자니 내 몸이 배배 꼬일 것 같다. 모처럼의 겨울 휴가, 방바닥에 눌어붙어 주전부리만 하는 게으름뱅이에게 효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참을 뒹굴다가 공연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서울시 서초구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토요상설공연!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5시 어머니를 모시고 국악원을 찾았다. 반응은? 다음날 한우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막이 오르자 조선시대 궁중 정악 연주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속에서 마네킹 마냥 앉아 있던 30여명이 일제히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은 ‘들을 거리’ 뿐 아니라 ‘볼 거리’도 제공했다. ‘다시 돌아가서 들어간다’는 뜻인 장단 ‘도드리’를 연주하는 이들은 화려한 궁중 예복으로 눈을 사로잡았다. 어머니 역시 “한복이 곱다”는 말을 먼저 하셨다.

이어서 대금 산조와 가곡 ‘태평가’, 남도 선소리 ‘화초 삼거리’, 창작곡 ‘섶섬이 보이는 풍경’, 장구춤이 이어졌다. 산조란 가야금이나 대금 등의 연주자가 다양한 장단에 맞춰 여러 악장을 단독 연주하는 양식이다. 19세기말 삼남지방에서 나타났다는데,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가락을 덧붙이거나 덜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상식은 공연 팸플릿 읽으며 얻은 덤이다. 생경한 한자가 많은 가곡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이어진 남도 선소리와 장구춤의 흥겨움은 평범한 관객도 금방 들썩이게 할만 하다.

국립국악원 장악과 서정호씨는 “토요상설공연은 1시간10분 동안 7개 팀이 출연하고 각 공연이 10분 안팎”이라며 “일반인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하이라이트 위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경극, 인형극, 변검 등 전통 연희들을 맛보기로 짧게 이어붙인 프로그램을 쉬이 볼 수 있는데, 국악원에서도 이런 공연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공연장에는 외국인도 많이 온다.

토요상설공연은 한 해 동안 12가지 레퍼토리가 반복된다. 1년치 공연 일정은 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공연장에서 천원짜리 팸플릿을 사면 공연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읽을 수 있다. 국악원 소속 악단만이 연주를 담당하는데, 한 차례 무대에 30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출연한다. 서씨는 “정악단과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4개 악단에 출연기회를 고루 안배한다”고 설명했다.

설 연휴가 시작되는 17일에도 공연은 이어진다. 전통 음악의 십이율에서 다섯번째 음이자 절기로는 삼월을 뜻하는 <유빈>이란 제목 아래 경기민요, 살풀이, 설장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공연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부모님과 나들이 나선 김에 국악원이 자리잡은 우면산을 산책하거나 국악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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