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래아리랑문학관에 다녀왔습니다.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데, 교통이 썩 좋은 편은 못됩니다. 김제 기차역과 버스공용터미널은 택시로 5분 거리이지만, 그 부근에서 부터 문학관이나 금산사 까지는 대략 20~30분 정도 소요됩니다.

- 문학관은 너른 김제평야 한 복판에, 다소 황량히 서있습니다. 바로 뒷 편에는 폐교를 고쳐 만든 도자기공예실이 있고, 길 건너 편에는 벽골제 -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 진 최초의 저수지 - 와 농업 수리시설 전시관, 김제농악 전수관, 미술관이 모여 있습니다.

- 문학관은 2개 층, 3개 전시실로 작고 아담한 편입니다. 1 전시실에는 소설 <아리랑>의 내용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이, 2 전시실에는 조정래 선생 개인적인 자료들이, 3 전시실에는 <아리랑> 집필 과정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1 전시실에서 단연 눈에 띄이는 전시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감옥' 과 사람 키 보다 높은 원고가 <아리랑> 집필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전에 <아리랑> 마이리뷰를 쓰면서 말씀드렸지만, 일본의 식민지배와 부역자들에 대한 인적 정신적 청산에 대해, 조정래 선생은 남다른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 집필 후기에도 잠깐 언급되었던 사전 답사 자료들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전시물들이었습니다. <아리랑>의 역사적 배경은 김제, 군산 뿐만 아니라, 만주, 중국, 일본, 하와이, 연해주, 중앙아시아 까지 널리 펼쳐져 있는데요, 선생께서는 이곳을 직접 답사해 녹취와 그림, 등으로 자료를 준비하신 것입니다. 늘 감탄하게 되는 눈에 선한 묘사들은 이런 노력 덕분이겠지요.



- 항구도시 군산으로 이사를 온 주인공들이 일하게 되는 새로운 직업, 미곡공장의 사진입니다. 소설에서 묘사된 그대로, 넓직한 탁자 위에 바싹 붙어 앉아 쌀을 골라내야 하는 고된 노동의 현장이지요. 온몸의 결리고 눈이 상하는 노동을 했던 이들의 모습이 흡사 오늘날 전자 공장의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 악명 높았던 토지조사사업 장면입니다. 1910년 한일합방 직후에 시작된 경제적 수탈 로서, 많은 농민들이 만주, 연해주로 이주하거나, 화전민, 노동자로 변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군산항을 통해 일본으로 실려가는 많은 양의 쌀입니다. 사람 키 보다 높이 쌓인 쌀과 이것을 나르는 부두노동자들, 그리고 어디엔가 낙미쓸이(바닥에 흘린 쌀을 줍는 사람) 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일본인으로서 토지조사사업 기간 김제 만경 평야를 독식했던 하시모토 농장 사무실, 하와이로 이주한 한국인들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창설된 국민군단의 사진입니다. 국민군단의 모습에서 당시 하와이 이주의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 토지조사사업에 이은 산미증식계획은 농사를 현대화 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시행되었습니다. 수리조합을 세워 수리시설을 정비했지만 조합비 공출의 부담이 남겨졌고, 농기구가 개량되었지만 농기구 및 비료 대여의 부담이 남겨졌습니다.



-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종군위안부, 일본의 항복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에서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 강제 이주는 스탈린의 소비에트 연합이 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영토 외곽에 일괄적으로 취한 정책의 일환이었습니다.



- 2 전시실에 전시된 조정래 선생의 개인 물품들입니다. 선생은 하루에 서너갑의 담배를 태우는 지독한 골초라고 합니다.



- 프랑스어로 번역된 <아리랑> 입니다. 구수한 방언들을 어떻게 번역해 냈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 한국일보 연재 당시의 신문 지면입니다. 읽는이들이 감질맛 나서 어찌 읽었을지. 연재 때문인지, 선생은 하루, 한달, 일년의 집필량을 정해 꾸준히 써나가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집필 계획을 꼼꼼하게 적어놓은 달력, 계획표,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 앞서 말씀드렸던 취재, 답사 공책들입니다. 1 전시실에도 일부 전시되어 있지만, 3 전시실에 모두 전시되어 있습니다. 취재, 답사 과정에서는 지역의 방언이나 주인공들의 이름까지 꼼꼼히 조사 계획되었습니다. 세번째 사진은 해당 지역의 지도입니다.



- 왠 닭도리탕이냐 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중요한 정보가 될 것 같습니다. 문학관 근처에는 식당이 단연코 없다는 것입니다. '벽골제 가든' 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만, 보시다시피 "무기한 휴업" 하고 있습니다. 유념하시고, 식사 든든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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