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ype - Soulfire - Maxi Single
P-type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 처음 힙합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2003년이었습니다. 음악을 넓게 듣지 않았기 때문에 "가요는 식상해." 라는 선입견이 무척 강했고, 의도적으로 다른 음악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이미 충분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다이나믹 듀오' 앨범을 들으면서, 소재의 다양함, 가사의 유쾌함, 라임(rhyme, 운율)의 매력을 잔뜩 느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어 앨범을 찾아듣기 시작했죠. (오늘날 한국 힙합음악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 하이텔 힙합음악 동호회에서 정리한 힙합의 역사와 문화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저 멀리 미국땅의 힙합 1세대 앨범까지 모조리 구해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저 귀에 익은 한국 힙합 앨범을 손에 잡히는대로 듣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 P-type 앨범을 듣게 된 것이 그 와중이었습니다. 그저 검색결과대로 앨범을 구해 들었을 뿐이죠. 제가 P-type 1집 앨범 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돈키호테」 가 아니라 「힙합다운 힙합」 이었습니다. 이 곡은 아카펠라로 시작해 한 두 소절을 부르다가 비트가 끼어들어가는 형식을 띄고 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집에서 그가 직간접적으로 강조하는 얘기가 바로, "랩은 또 다른 드럼이다." 라는 것인데, 문장 자체를 이해하는 것과 경험을 통해 새기는 것은 충분히 다른 행위이니까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런 그의 얘기들이 가장 쉽게 표현된 곡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힙합플라야의 어떤 회원은 그를 '마스터(master, 장인)' 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정말 대단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죠.

- 그의 앨범을 기다려온 분들이 무척이나 많았던 만큼, 싱글 앨범인 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분들도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훌륭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크게 「돈키호테 리믹스(Remix, 변환곡)」 과 「Soulfire」, 「부메랑」 이라는 새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7곡 중 인트로(Intro)를 제외하면 6곡인데요, 그 6곡은 각 곡의 연주 부분과 노래 부분을 분리시켜 담았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소위 '재탕'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또 실제로 그러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노래 부분은 충분히 듣고 또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일종의, 아름다운 건물의 건축도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거든요.

02. Soulfire

"모두 2004년의 혁명을 기억해? 돈키호테. 그 향기 여태까지 남아있지 꽃이 피었겠지."
"판에 들어온지 불과 몇년 몇년 사이에 남은건 오직 형제 몇명 몇명들이 몇년 뒤에 몇명으로 바뀔지.."
"당시엔 방식 따윈 관심 밖이었지. 매일 잠깐씩 혹은 한 시간씩 자신과 씨름하듯 가사를 남겼지."


2004년 돈키호테를 발표한 후일담이자, 1집 에서 간략하게 다루어졌던 개인의 역사에 대한 얘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가 훌륭한 라임을 적어내는 만큼 그의 작업방식이 궁금하기 마련인데요, 「Soulfire」에서는 사건과 느낌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1집 「So U Wanna be Hardcore」에 좀 더 구체적인 그의 음악관이 담겨있습니다.

03. 부메랑 (feat. Red Roc)

"나와 같은 세대들은 다 기억해. 격해진 편견은 힙합을 지겹게 공격했지 겪게 됐던 그 많은 아픔을 가볍게 봐선 안돼 그땐 모두 힘겹게"
"명심해 유행은 언젠가 다시 변해. 들어봐 꽃은 펴.."
"Jordan과 Barkley는 코트를 떠났어. 2Pac과 Big Poopa도 힙합판을 떠났어."


2장의 앨범을 냈을 뿐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많은 활동을 해왔던 힙합음악가로서 오늘날 힙합음악계의 앞과 뒤를 넓게 조망하고 있습니다. 편견과 비방 속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어제와 힙합이 하나의 영역을 만들어 낸 오늘을 얘기하며, 유행에 치우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를 준비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꾸준히 해나가자고 격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마지막 가사인 "무거운 달력을 넘기고" 에서는 노장 음악가의 씁슬함이 녹아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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