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장석주의 소설창작 특강
장석주 지음 / 들녘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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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그리고 왜 소설이 쓰고싶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는, 그저 동호회 회원 노릇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양적으로만 부풀어가는 책읽기가 미덥지 않아서 보험들 듯 쓰기 시작한 것 뿐이었습니다. 꽤 열심히 글을 써댔던 저였지만, 기본적인 개요 조차도 없이 시작하기 일쑤입니다. 이 엉터리 글쓰기는 종종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는데, 정처없이 떠돌던 글머리가 우연히도 방향을 잡게되는 경우였습니다. 그럼 글쓰기에 속도가 붙기 마련이죠. 그런데, 정신없이 풀려나가는 실타래 속에서,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글쓰기에 대해 흥분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한편의 독서후기도 말끔하게 써내리지 못하면서 소설이라니요. 어디까지나 욕심에 불과하지만, 욕심이기에 마음껏 부릴 수 있었습니다. 독서후기도 결국은 누군가의 독서후기일 수 밖에 없지만, 소설은 그 자체로 누군가의 소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무척 매혹적이었습니다. "쓰다 보면, 계속 쓰다 보면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 그저 그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막연하게 들떠, 소설쓰기 특강을 찾아 도서관 서가를 서성였습니다.

- 장석주 선생은 오랫동안 소설쓰기에 대한 강좌를 해오신 분이라고 하네요. <소설>에서 그간 여러차례의 강좌를 진행하느라 싸두었던 보따리가 여러 편의 소설과 함께 풀립니다. 그런데, <소설>은 여느 실용서들과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여러분들에게 너무나 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예문으로 등장하는 소설들과 한국 소설사의 몇몇 화제들에 대한 소개를 제외하면 실제로도 무척 얇습니다.) 소설이 '규칙'과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소설> 역시 '규칙의 해설' 내지 '성공사례'로부터 멀어져 있습니다. 우스개로, 선생은 고작 이렇게 말씀하고 계시군요. "훈련되지 않은 머리는 글쓰기의 장애물이 될 뿐이다." ㅎㅎ

- 소설의 변하지 않는 주제는 다양하기 그지 없는 삶이지요. 수필이나 자서전이 아닌 이상, 소설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최소한 존재할 법한 타인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 그것을 통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쫓고있는 것이겠지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것으로 보자면 수필을 따라갈 수 없고, 비용으로 따지자면 온갖 가지의 상담을 당할 수 없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실용서가 무던히 팔려나가는 요즘 같아서는, 그 영역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소설을 읽고싶고 쓰고싶은 욕구도 그저 스스로의 지적 허영을 소비하려는 그것은 아닌지 의심이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 하지만, 소설이 삶에 대한 고민의 전부가 아니듯, 소설이 그 나름의 역할을 잃은 것도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주체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혹은 그것을 숨기고 싶어하는 욕망의 산물이다."라는 선생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드러내 보여주는 것을 통하든, 숨기는 것을 통하든, 주체의 변덕스런 욕망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도, "소설의 본질은 인간성의 탐구와 새로운 인간상의 창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 변덕스러움을 고려하고, 소설을 쓰고싶다는 주체의 욕망을 확인했다면, 선생의 몇가지 도움글들을 갈무리 해둘 필요는 있습니다.
- "원고 매수로 10분이 넘어갈 때 까지 작가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독자가 알 수 없다면, (후략)"
- "작품 속의 등장인물의 성격이 불분명하거나, 평면적이거나, 개성적이지 않다면 그 작품은 그 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 "좋은 문장은 후천적 노력에 의해 이루어 질 수 있지만 문체는 그렇지 않다. 다른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거나 흉내내는 작가는 스스로 작가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앞서 말씀드렸던 것 처럼, 책의 후반부는 신세대 문학,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소설, 대중 소설, 페미니즘 소설과 같은 화제들을 나열하고 있는데요, 제법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화제를 꺼내는 노장 소설가들의 고민이 묻어나는 것 같아 슬며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물론, 화제에 오른 소설들의 목록을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았구요. (마이리스트로 정리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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