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大노동문제연구소 한국노동운동사 6
김금수 지음 / 지식마당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책은 고려대 노동문제 연구소에서 2004년에 모두 여섯 권으로 펴낸 [한국노동운동사] 6권으로서 김금수 선생이 집필하였다. 이른바 “87 노동체제 시기인 민주화 이행기(1987-1997) 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다. 본문만 550페이지 가량 되는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다만 10 이상의 시기에 걸쳐 (2000 초반의 사건 전개들도 일부 서술되고 있다) 일어난 일들이 빼곡하게 서술되기 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의 주요서술 대상인 노동운동이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므로, 건성으로 읽다가도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게 한다.

 

그렇다고 책이 역사적 사실의 기술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간간이 사안별 쟁점이 세밀하게는 아니지만 명확하게 제시되고, 지은이 김금수 선생이 생각하는 노동운동을 둘러싼 관계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들이 제시된다. 다만 2001년에 쓰여진 원고를 2004년에 책으로 것이기 때문에, 전망들이 이미 역사가 경우가 적지 않다. 지은이는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목소리를 가급적 배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한데, 이는 책이 역사의 기술이라는 1차적 목적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도 있지만, 노동운동의 역사적 사실들과 흐름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 논쟁거리가 있거나 하지는 못하다. 이는 아마도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의 [한국노동운동사] 조선후기부터 1997년까지의 노동운동의 역사를 정사의 형태로 출판하려고 기획의 탓이기도 할테고, 지은이의 성향과 연배 (2006 현재 69)이기도 같다. 그래도 아쉽다. (따라서 서평에 말이 별로 없다..)

 

산별노조 건설과 맞물려, 이제 슬슬 (97 노동체제 이후의) 2007 노동체제 건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같다. 물론 며칠전 있었던 노사정 야합 때문에 전망 자체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새로운 노동체제 건설은 노동운동 주체의 힘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명심해두어야 것은 87 노동체제의 시작과 끝은 노동자의 대투쟁 플러스 알파였다는 사실이다. 87 7, 8, 9 대투쟁이나 96-97 겨울 총파업과 같은 대투쟁 없이는 새로운 노동체제를 거론조차 수도 없다는 말이다. 앞으로의 일이야 없겠지만, 머지 않은 시기에 97 노동체제를 다루는 [한국노동운동사] 7권이 출판되기를 바란다. 김금수 선생의 책에 담겨진 내용이 그렇듯, 미래의 역사책에 채워질 내용 또한 노동자들의 눈물과 헌신적 투쟁, 패배와 승리의 기록이 것이고, 그 미래의 기록은 전적으로 현재의 실천에 달려 있는 것이다.  

 

ps.

부질없는 가정이겠지만, 만약 얼마전까지만 해도 노사정위원장이셨던 지은이 김금수 선생이 지금도 자리에 있었다면, 10 동안이나 유예되어온 복수노조 설립이 3 동안이나 유예되는 일이 생겼을까? 복수노조 유예는 1996 노동법 날치기 통과 파동에 의해 사상 유례 없는 총파업을 불러일으켰던 사안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노총도 민주노총이 주도하였던 총파업에 동참함으로써, 노총 개혁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고, 현재의 이용득 노총 위원장은 당시 위원장이었던 박인상보다 개혁적이었으며, 이수호 집행부와도 협력적 관계를 맺어왔기에 이번의 9.11 야합은 충격이 매우 크다. 86 당시 위기에 몰린 전두환을 지지하며 호헌지지선언을 했다가, 분노에 노동자들로부터 화염병 공격을 받았던 노총과 별로 다를 없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의 중요한 차이 하나는 화염병을 던졌던 노동자들을 바라봤던 당시의 시각과 현재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보수언론의 시각 간의 차이이다. 이번의 노노 갈등은 민주노총 흠집내려고 낚시대 드리우고 있는 보수언론에게는 제법 살이 오른 준척 감이었다. 민주노총이 낚시질에 걸린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정치 마음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됐다. 한국노총이 개혁을 통해 어용성을 버리고, 민주노조 진영을 벤치마킹하려고 했던 것은 민주노조 진영이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었다. 직접적으로는 조직대상인 기층 노동자 대중들이 민주노조를 선호하였기 때문이고, 간접적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민주노조 진영이 독차지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노총해체투쟁한다고 민주노총이 궁지에서 벗어날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에게는 노사정 야합에 책임있는 주체들 중에서 한국노총이 그나마 가장 만만한 상대일 것이다. 하지만 싸움을 보면서 한숨돌리고 웃고 있는 놈들은 따로 있을 것이다. 어쩌면 너무 순진해서 노총이 원래 그런 놈이었다는 것을 잊은 탓일 수도 있고, 어쩌면 민주노총이 노총 보기에도 별로 미덥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지도 모른다. 이번 일로 민주노총은 여러가지로 스타일 구긴 셈이다. 지금 당장이야 노총을 죽여 없애고 싶어도, 그래서는 안된다. 죽일 수도 없고, 죽여서도 안된다. 죽일 놈들은 따로 있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aits 2006-09-1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읽고 보니 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그러나 이 책의 주요서술 대상인 노동운동이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므로, 건성으로 읽다가도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게 한다.' 이런 마음이 참 좋아요.

에로이카 2006-09-13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노동자가 팔뚝에 쓴 유서 이야기가 잠깐 나와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역사는 왜 그렇게 열사들이 많은지... 처음 듣는 이름들도 많았고... 앞으로 노동열사는 더 없었으면 좋겠어요.

waits 2006-09-13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열사력'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어요. 탁상 달력으로 두고 볼 엄두는 안 나서 서랍에 두고 가끔 넘겨보고는 했는데... 힘 없는 사람이 마지막에 내걸 수 있는 게 목숨뿐인 건 여전한데, 누구 하나 죽어도 꿈쩍도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착잡한 밤이네요.

에로이카 2006-09-1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 마을 파괴가 진행 중이네요... 미치겠습니다.

2006-09-1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