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저항
이종래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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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이종래 선생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여러 곳에 발표했던 논문들을 수정 보완하여 모아 책이다. 원래 발표 시점에서 다소 시간이 흘러서 출판되었고 (2005 11), 출판을 전후하여 노동운동진영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일들(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의 수뢰 사건,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임, 한미 FTA 반대투쟁,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투표 가결 ) 책에 반영될 없었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책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이는 무엇보다 97 노동체제라 칭해지는 경제위기 이후의 노동 현실이 이러저러한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임과 동시에, 언론의 일회성 보도를 뛰어넘는 지은이의 학문적 통찰, 그리고 거기에 담겨진 현장의 치열한 문제 의식 때문인 같다.

 

얼마전 “87 체제 “97 체제 비교하는 담론이 유행하였는데, 저자는 2장에서 이러한 식의 용법을 처음 사용했던노동체제논의들을 살펴본다. 여기에서 지은이는 송호근의이념형적 접근 노중기의역사주의적 맥락 추적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서 장홍근의 연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47-50). 장홍근은 1987 노동체제 형성 이전의배제적 국가권위주의 1988-96년을 거치면서배제적 시장권위주의 이행하였으며, 앞으로는 국가의 노동통제전략이 배제전략에서 제한적인 포섭전략으로 바뀔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지은이는 장홍근의 이러한 주장을 임영일의 전망과 대비시키는데, 임영일에 따르면 1987 노동체제가 온존 강화할 가능성이나 의사코포라티즘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사회조합주의로의 전환이나 노조운동의 재급진화 가능성보다 높다고 전망한다. (임영일의 논의가 장홍근의 논의와 전적으로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노동체제의 전환가능성 논의들의 초점은 노동운동이 체제내화 되면서 제도화될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실업 (3), 노동정책 (4), 노사관계(5) 전개와 변화를 살펴보는 2부는 지은이 나름대로 경제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이루어진 노동체제 변화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5장을 통해 지은이 이종래 선생이 펼치는 주장은 무척 인상적이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버는 대기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자본과 정권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서, 저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차이의 원인을 대기업/정규직의 강성노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는다. 일단 대기업과 정규직의 노조가 역할을 제대로 하여 임금이 높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먼저,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는 중소기업이 하청을 통해 대기업에 위계적으로 편입되어 있는 기업 지배 의존 구조로 인하여 야기된 기업지불능력의 차이에서 찾아져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임노동관계는 기업의 지불능력과 생산연관성에 강한 영향을 받으면서 기업의 수직적 위계구조에 따라 재편되는 양상을 보인다” (134).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 또한 1987 이전의 노동체제의 특징인저임금, 장시간 노동 임금비용의 부담증가를 장시간 노동으로 상쇄하는 자본합리화 방식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대상을 분리 - (중소기업 / 비정규직의) 저임금 노동과 (대기업 / 정규직의) 장시간 노동으로 분리  시킨 현실에서 찾고 있다 (146). 원청 대기업의 눈치를 봐야하는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들은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저임금을 잔업특근을 통해 만회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 만큼 없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표행태를 다룬 6장과, 2003 1 9 손배 가압류에 저항하며 이른 새벽 자신의 몸을 불살랐던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가 촉발했던 투쟁에 대한 사례 연구인 7장도 인상적이었다. 분석적 통찰 와중에도 현장의 문제의식이 살아 있는훌륭한 책이다.

 

Ps.

마지막 장을 읽다 보니, 너무나 당연히 얼마전 경찰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한 하중근 열사와, 부당 노동행위를 일삼다가, 지금쯤은 머리속으로 주판알 굴리면서 손배 가압류를 때려야 , 때리면 얼마나 때려야 할지 여론의 추이를 살피고 있을 포스코 사측이 생각났다. 이 일보다 얼마전, 추악한 집안 싸움을 법정까지 끌고가서 죄보다 가벼운 벌을 받은 두산 그룹 오너 일가 박씨 형제들도 생각났다. 경제 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에 의해 추진된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따라 숱한 의혹과 더불어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 블랙리스트 만들어 가며 노동자들 차등 관리하고, 정리해고와 손배 가압류를 통해 노조 무력화 정책에 나섰던 두산 중공업에서 힘들게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패배했다. 몇달이 지난 겨울 추운 새벽 배달호 열사는 혼자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극한적 행위를 수밖에 없었다. 배달호 열사는 포스코 건설 노동자들 , 명의 미래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투쟁에 나섰다 경찰을 피해 포스코 건물 안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대량 구속되었고, 이에 항의하는 집회에 나갔던 노동자 명이 경찰에게 그대로 맞아죽었다. 이상 이들을 토끼 몰지 말라. 귀막고 눈가리고 있는 청와대와 보수언론은 이들의 정당한, 절박한 요구를 이상 외면하지 말라! 그리고 이상 죽이지 말라!!!!

 

 

 

오자:

55: 가지진다고 -> 가진다고

102: 자져왔다는 -> 가져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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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2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리뷰에 댓글 한 줄이라도 달라믄 공부해야할 것 같아요. 그래도, 마지막에 덧붙인 말들이 너무 감동적인 관계로 뻔뻔히. 투쟁하는 노동자만큼 열사를 가슴에 담은 학자도 아름답네요.

에로이카 2006-08-22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아휴.. 뻔뻔하긴요... 사실 뻔뻔함은, 나어릴때님 페이퍼 보면서, 제가 늘 하는 생각인걸요.. 님 페이퍼 보면서 제가 얼마나 반성 많이 하는데요.. 나도 나어릴때님처럼 열심히 살아야지 ^^, 하고 지금으로서는 기약없는 다짐도 해보고... 여름 막바지, 지치지 말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님... 아.. 그러시군요... 이 책이 하종강 선생님 책처럼 독자들에게 친절한 책은 아니예요. 마구 재미있지는 않다는 얘기지요... 하지만 전 이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하고 글을 쓰려면, 이런 마음 가짐과 진정성을 늘 간직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답니다. 아.. 그리고.. 무지무지 감사합니다.. ^^